의자 툭툭
아시아 시골 동네 구석구석 1년 동안 여행하고 보니 다른 동남아시아 사람들에 비해 중국 사람들이 참 츤데레스럽더라. 무뚝뚝해 보이지만 가장 우리에게 관심이 많았고 시크하게 챙겨주던 모습이 생생하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어느 곳이든 쉴 자리요, 구멍가게 들어가 콜라 한 캔으로 당 충전과 함께 땅바닥에 철퍼덕 앉아 행복을 누리고 있더라면, 관심 없어 보이던 주인들이 조용히 나무 의자 2개를 툭 놓고 사라진다. 정말 매번 그랬다. 한 번은 노천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옆 테이블의 아주머니가 찐빵 2개를 사서 우리 테이블에 슬그머니 말없이 놓고 가셨다.
여행 초반 있었던 일이다. 우린 어김없이 눈에 보이는 널찍한 공간에 자전거를 세우고 쉬고 있었다. 여행 초반 나의 멘탈은 빈번히 가출했기에 충분한 휴식이 자주 필요했다.
그에 비해 에너지가 넘쳤던 쏜초는 즐거움을 주체하지 못했다.
조용한 시골 동네의 남의 집 앞에서 이렇게 신나게 놀고 있으니 나라도 시끄러워서 안 나와 볼 수가 없지. 대문이 열리더니 할아버지와 손녀가 우리를 슬그머니 보고 들어갔다. 우리가 좀 민폐를 끼쳤나 싶어 출발할까 싶었지만 휴식이 더 필요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잠시 후 할아버지가 의자 2개를 툭 놓더니 오라고 손짓하고 집으로 다시 들어가시더라. 이런 호의는 거부할 수 없어 우리는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시 터벅터벅 나오는 할아버지 두 손에는 따뜻한 설탕물 그릇이 있었다. 우리에게 주시더니 다시 집으로 들어가셨다. 허허 이 것이 시골의 정인가? 물을 마시고 이쯤 갈까 싶어 일어나려는데 다시 나오신 할아버지 두 손에는 큼지막한 사과 2개가 들려있었다. 우린 다시 앉아 사과를 먹었다.
이번에는 들어가지 않고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계시는 할아버지와 수줍음이 가득했던 손녀. 사과를 거의 먹을 때쯤 밥을 먹고 가라는 눈빛을 읽었지만, 갈 길도 멀었고 배가 너무 불러 감사하다는 작별인사를 하고 나왔다. 우리가 여행 중간쯤에 경험했더라면 일정을 바꿔서라도 함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사람으로 얻는 좋은 경험은 쉽게 느낄 수 없기 때문에-
3개월 중국을 여행하는 동안 많은 고정관념을 깨준 츤데레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