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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람 Nov 06. 2023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터로 취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Early stage 스타트업의 브랜딩, 그리고 브랜드 마케터

스타트업 취업, 괜찮을까요?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말을 아낀다.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6년이 넘게 일한 장기 근속자(!)지만 그건 내 기질적 특성, 그리고 나와 잘 맞는 회사와 만난 운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교적 운이 좋았다는 나조차도 물난리, 불난리, 온갖 난리를 다 겪으며 쉽게 지나간 해가 없었다. (물난리, 불난리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니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스타트업도 스타트업 나름이고, 직무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선뜻 이야기 하긴 어렵지만, Early stage에 있는 스타트업에, 브랜드 마케터로 취업(이직)하는 것을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짧게나마 내 의견을 나눈다.



'브랜드' 마케터 vs 브랜드 '마케터'


그런데 잠깐.

공고를 보다 보면, 똑같이 '브랜드 마케터' 채용공고라고 하더라도 주요 업무 내용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ChatGPT가 말하는 브랜드 마케터의 일



흔히 "브랜딩을 한다"라고 하면, 브랜드 전략에 따라 브랜드 가치를 내외부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때 브랜드 마케터는 브랜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정체성, 핵심 경험을 정의하고 전달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브랜드 마케터 채용공고를 보다 보면 매출, 신규 고객수 증대 등 판매 촉진 활동이 메인이고 브랜드 경험 관리는 비중이 매우 낮은 경우가 많다. 이때 브랜드 마케터는 '브랜딩'을 하기보다 특정 브랜드를 '마케팅' 하는 것에 가깝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브랜드 마케터는 전자, 즉 브랜드 경험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스타트'가 의미하는 양면


Early stage에 있는 스타트업은 진짜(?) 스타트업의 면모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 점은 모든 직군에게 동일하지만, 브랜드 마케터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브랜드 마케터가 양육자라면, Early stage의 스타트업은 영유아기의 아기와 같다. (출처: unsplash)



브랜드 마케터가 양육자라면, Early stage의 스타트업은 영유아기의 아기와 같다. 영유아기는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 가장 연약한 시기이면서 이후 발달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양육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즉, Early stage 스타트업의 브랜드 마케터는 이 브랜드가 앞으로 어떤 가치관과 태도를 가지고 사회(고객, 유저)와 관계를 맺을지, 그 토대를 만들어 가는 역할인 것이다.


물론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핵심 구성요소인 브랜드 미션과 비전은 (초기 기업일수록) 창업자의 영향이 크겠지만, 이것을 어떻게 명문화하고 고객(유저)들이 경험하게 만들 것인지는 브랜드 마케터가 할 일이다.


바로 여기에 '스타트'가 의미하는 양날의 검이 있다.


이제 시작한다는 것은 히스토리가 없고, 체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누군가에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나 브랜딩, 정체성은 정답이 없는데 '가급적 정답에 가까운 것'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때로는 안갯속을 헤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스타트업의 특장점 중 하나가 린(Lean)하게 일하는 것인데 브랜딩은 린하게 일하는 것이 적합한 영역은 아니다. 속도감 있게 업무를 하고 싶거나 '수치화된 성과'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 '브랜드' 마케터보다 브랜드 '마케터'에 지원하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early stage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6년이나 브랜드 마케터로 일한 이유는 그 자체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커리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내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정의하고, 주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회는 진심으로 소중했다. 내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아도 "이 브랜드는 이런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이렇게 이야기한다."라고 정의하고 선언할 수 있다니, 매력적이지 않은가.


심지어 희소성이 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규모와 체계가 어느 정도 잡힌 기업이라면 이미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립되어 가이드라인이 있을 것이고, 특히 외국계라면 글로벌 가이드라인 아래서 브랜딩이 진행될 것이다. 분명하지만, 상대적으로 자유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물론 성장기나 성숙기 회사에서도 리브랜딩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자주 있다면 자주 있는 대로 문제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 브랜드의 방향성이 자주 바뀐다는 의미일 테니)


그 자체가 매력적이고, 희소성까지 있는 일.

내가 기꺼이 안갯속을 걷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다.



스타트업 취업, 괜찮을까요?


누군가 나에게 다시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말을 아낄 것이다. (물론 그런 거치곤 글이 길었다.)


하지만 브랜드의 뿌리부터 깊게 이해하고, 하나씩 만들어 나가고 싶은 브랜드 마케터라면 Early stage의 스타트업을 경험할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 길은 대체로 험난하고 때로는 지루하겠지만, 브랜드의 성장을 함께하고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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