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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람 Dec 04. 2023

미스치프 | 철학을 판매하는 가장 영민한 방법

전시 <MSCHF: NOTHING IS SACRED> 후기



지난 11월,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MSCHF: NOTHING IS SACRED>에 다녀왔다.


미스치프는 2019년 설립된 아티스트 콜렉티브다. 4명의 아티스트가 소속된 미스치프는 스스로를 어떤 단어로도 정의하지 않았지만, 나는 미스치프를 현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 의식을 가장 매력적이고 도발적인 상품으로 만들어 선보이는 '브랜드'라고 소개하고 싶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동참하게끔 만드는 것이 브랜드의 목표이자 브랜딩의 과정이라면, 미스치프는 가장 훌륭한 브랜딩 집단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스치프의 2023년 초 선보인 BIG RED BOOT (출처: 미스치프 홈페이지)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아톰 부츠'라는 애칭이 붙은 <BIG RED BOOT>.


아더에러 출신의 이준재 꾸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터뷰 (출처: 롱블랙)


미스치프의 전시를 보면서 이준재 꾸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브랜딩의 핵심은 존경심을 끌어내는 것에 달려있고,

그 방법은 전형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


미스치프 역시 강력한 철학, 실험적이고 감도 높은 디자인, 새로운 경험으로 사람들의 존경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브랜딩에 디자인이 전부는 아니지만, 철학만이 전부인 것도 아니다. 철학을 어떻게 잘 전달하고, 동참하고 싶게끔 만들 것인가. 1차 성패는 대체로 디자인에서 갈린다. 미스치프는 이 1차전부터 승기를 잡았다. 앞서 언급한 <BIG RED BOOT>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미스치프의 영리함은 철학과 디자인에서 그치지 않고, 기민함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이슈와 흐름을 타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Tax heaven 3000>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으로 보았던 작품은 <Tax heaven 3000>인데,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비주얼의 이 작품은 미국의 까다로운 소득세 신고 방법을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매년 반복해야 하는 일을 게임까지 해서 배워야 하는 어려움, 그리고 게임 없이는 지지부진하고 지겹기짝이 없는 소득세 신고 과정을 너무나 유쾌하고 색다르게 풀어냈다.


이렇게 미스치프의 작품은 우리가 알게모르게 공유하고 있는 문제의식, 불편함, Pain-ponit를 툭툭 건들고, 작품에서 그 맥락을 읽는 순간 '아!' 하게끔 만든다. '아!'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미스치프의 철학에 공감하고 동참하게 된다.


<Tax heaven 3000>만큼이나 인상적으로 보았던 작품, <Medical bill art>


<Tax heaven 3000>과 비슷한 이유로 인상적이었던 작품 <Medical bill art>.


우리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미국 의료 시스템을 꼬집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의료 부채로 어려움을 겪은 사례자들의 의료비 청구서를 캔버스에 옮겼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미스치프는 매거진에 광고를 내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거기에 100명이 몰렸다고 하니 말 그대로 '참여 예술'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전시를 보는 관람객도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청구서 내역을 들여다 보게 되니 관람객도 미스치프가 제기한 문제에 집중하게 된다.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그전에도 미스치프를 알았는지, 미스치프의 철학에 공감해 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100명이 자신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작품화 하는 데 참여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브랜딩 프로젝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의 청원에 무관심한 정치인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 <Children’s Crusade>. 정치인들이 메시지를 외면하기 어렵도록 어린이 글씨체로 편지를 써준다.


나는 브랜드는 고객의 삶 속에 있어야 하고, 브랜딩은 브랜드의 철학을 고객에게 전달해 고객과의 갭을 줄이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브랜드 철학, 가치)가 고객에게 닿고, 공감에서 나아가 동참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내가 특히 <Tax heaven 3000>, <Medical bill art> 등의 작품을 보고 감탄했던 것처럼, 타깃과 맥락을 공유하는 브랜딩은 그 공명이 분명 크다. 브랜딩에 성공하고 싶다면 브랜드는 더더욱 고객의 삶 속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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