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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람 Sep 18. 2023

레퍼런스 100개를 모아도 결과물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

레퍼런스를 제대로 써먹는 방법

레퍼런스(reference)

'업무의 시작'이라고 불러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일을 하다가 막힐 때,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를 때 자연히 찾게 되는 그것.



회사 메신저에 '레퍼런스'로 검색했을 때 나온 결과. 이쯤 되면 레퍼런스 광인이 아닌지...?



참고할 만한 대상(레퍼런스)을 찾고 나면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금방 깨닫게 된다. '디벨롭'은커녕 그대로 따라하기에도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대충 이런 결과물이라도 나오면 양반이다.



지난 몇 년간 열심히 삽질(?)해 본 결과 나름의 인사이트를 얻었는데, 결론을 이야기 하기 전에 레퍼런스를 찾는 이유와 목적부터 확실히 하는 게 좋겠다.



레퍼런스를 찾아야 하는 이유


레퍼런스가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협업을 위한 것일 때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레퍼런스는 아래 두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1) 성공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Input


나에게 도움이 되는 레퍼런스를 찾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좀더 풀어서 설명하면, '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내가 브랜드 인스타그램 담당자가 되었을 때 인스타그램을 잘하는 브랜드를 찾고, 그 브랜드가 어떻게 운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2) 성공적인 Output에 대한 협의


제3자 -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료, 설득해야 하는 상사, 디자인을 실제로 만들어야 하는 디자이너 등에게 레퍼런스를 보여줬을 때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결과물을 명확하게 align 할 수 있어야 좋은 레퍼런스다.


컨셉을 이야기 하다 보면 '가독성이 높은', '모던하고 깔끔한', '키치한', '요즘 스타일의' 같은 명확한 척 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추상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우리가 그동안 따뜻한 느낌의 디자인을 많이 해왔으니, 이번 신제품은 기존과는 다르게 좀더 키치한 느낌을 살려보면 좋겠어요."


누군가가 이렇게 말을 했다고 가정하자. '따뜻한 느낌의 디자인'은 기존에 해왔던 것이니 맥락적으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키치한 느낌'은 반드시 align 되어야 한다.


 

구글 이미지 검색결과. 저마다의 느낌으로 키치하다.



한국어로 '키치한 디자인'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저마다의 느낌으로 키치하지만, 우리는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한 가지 스타일을 선택해야 한다.



왜 레퍼런스가 있어도 의도한대로 나오지 않는 걸까?


다시 주제로 돌아가보자. 레퍼런스가 있어도 내가 만든 결과물은 왜 레퍼런스만 못할까? 혹은, (결과물은 어찌저찌 만들었다고 해도) 레퍼런스가 레퍼런스로써 기능을 하지 못할까?


나는 크게 세 가지 경우가 있었다.



1) 뭐가 좋은지 모르는 경우 


애초에 뭐가 좋은지도, 뭐가 필요한지 스스로도 분명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레퍼런스를 찾은 경우다.


이 경우는 또 다시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①깊이 고민하지 않고 하라니까 했거나

②상사 혹은 다른 사람이 "거기가 잘한다더라" 해서 '그 사람의 말이 맞겠거나' 하고 가져온 경우다.


②번은 사실 ①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경우는 어떤 글을 읽는다고 해서 나아질 게 아니다. 담당자, 일을 요청한 클라이언트 등과 다시 이야기를 해서 목적과 task를 명확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2) 느낌적인 느낌으로 레퍼런스를 찾는 경우


내가 레퍼런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경우는 대체로 여기에 속했다. 좋아보이기는 한데 내가 무엇 때문에 좋다고 느끼는지 모르는 거다.


인터널 브랜딩을 위해 포스터 디자인 레퍼런스를 찾아야 했는데, 내가 찾은 레퍼런스들은 아래와 같다.



공통점이... 있나?



내가 어떤 포스터를 만들고 싶어 했는지 예상이 되는가? 사실 저 레퍼런스를 찾았던 나조차도 모르겠다. 사실, 핀터레스트에서 '포스터 디자인'을 쳐서 대충 내가 보기에 좋아보이는, 있어보이는 디자인들을 골랐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레퍼런스를 찾아서 실패한다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느낌적인 느낌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아야 한다.





내 경험상, 특히 디자인 레퍼런스는 컬러, 레이아웃, 폰트 셋 중 하나에 꽂히는 경우가 많았다. 뭔가에 꽂혀서 레퍼런스를 찾고, 선정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기 위해선 일단 (내가 보기에) 좋아보여야 할테니까.


하지만 때때로 내가 꽂힌 요소가,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절한 형태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내가 포스터 디자인 레퍼런스를 찾아야 했던 이유는, 우리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명문화 하기 위해서였다. 포스터로 만들어서 항상 보게 만들려고. 그렇다면 이때 나는 컬러나 폰트보다는 문장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레이아웃을 먼저 선정했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레이아웃 > 폰트 > 컬러 순으로 중요할 것 같은데 당시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3) 그 느낌을 구현할 만한 능력이 없는 경우


마지막은 그 느낌이 어디서 오는지는 아는데 그 느낌을 구현할 만한 능력이 없는 경우다. 디자인부터 영상, 글쓰기까지. 많은 영역에서 발생한다.


이럴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라고 말하면 너무 도움이 안 되는 말이겠지.

내가 구현 가능한 수준에서 레퍼런스를 찾거나 가장 핵심적인 요소만 가져오는 게 좋다.


인스타그램 채널을 운영하려는데 레퍼런스를 찾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내 경우에는, 가장 많이 참고했던 채널 중 하나가 머드스콘이었다.



고객과 소통을 캐주얼하게 잘하는 머드스콘



실제로 머드스콘 인스타그램 담당자분께 조언을 듣기도 했는데, 머드스콘의 성공 방정식은 의외로(?) 단순했다.


고객의 말에 빠르게 반응해라

사람이 나와야 한다

우리 브랜드만의 강점을 찾고 ‘덕질’하듯이 하라


누군가는 이걸 보고 당연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나도 그랬다. 내 입장에서 변명을 하자면,


고객이 일단 말을 걸지 않아요 (...)

나오긴 나왔는데 반응이 없어요.

이건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시 한번, 내가 왜 머드스콘을 참고했는지―좋다고 느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면, 크게 세 가지였다.


예쁜 피드에 집착하지 말고, 꾸준하게 콘텐츠로 소통하기

고객이 할 말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무슨 콘텐츠인지 첫 줄이나 이미지에서 예측 가능하도록 하기


인스타그램, 아니 마케팅의 본질은 결국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꾸준하게,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고객 참여형 콘텐츠를 주 2~3회 꾸준히 발행하는, 아주 단순한 액션 아이템도 함께 도출했다.



상위 8개 콘텐츠 중 4개, 랭킹 1~4위가 모두 레퍼런스 차용 이후 내가 제작한 콘텐츠다.



성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누적 콘텐츠 중 가장 반응률이 높은 상위 4개가 머드스콘을 레퍼런스로 삼은 이후 제작한 콘텐츠였다. 



나의 레퍼런스 수집 레벨은 몇 점?


이것은 내가 우리 멤버들을 위해 재미로 만든 레퍼런스 수집 레벨이다. 여러분은 어디에 속하는가? (신뢰도는 보장할 수 없지만, 재미로 한번 해보시길!)


포스터 디자인을 요청해야 하는 당신! 레퍼런스 디자인을 어떻게 찾을까요?

1️⃣ 구글에 ‘포스터 디자인’을 검색한다.
2️⃣ pinterest 또는 behance에서 ‘poster design’을 검색한다.
3️⃣ 원하는 스타일에 맞게 디테일한 키워드(‘typography design’)를 검색한다.
4️⃣ 특징을 고려하여 다른 디자인 키워드(‘business card’)로 확장 검색한다.


내가 하는 방법을 생각했다면, 아래 결과를 살펴보자.


1️⃣ 목적에 충실한 당신! 혹시 순진하다는 이야기를 듣진 않나요?
2️⃣ 비주얼 콘텐츠에 최적화된 사이트를 이용하는 당신! 조별과제 때 자료 검색 담당이었나요?
3️⃣ 디테일을 아는 당신! 레퍼런스 찾다가 실패를 많이 해보셨군요!
4️⃣ 베리에이션도 가능한 당신! 그동안의 고생이 느껴져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레퍼런스를 더 잘 찾을 수 있는 네 가지 방법


1)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사이트로 간다.


디자인에 pinterest와 behance가 있다면 마케팅은 아이보스 등등. 원하는 자료의 카테고리를 고려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관심 있는 분야의 뉴스레터를 구독하면서 그때그때 쌓아놓는 것. 언제나 정보의 바다에 나를 은은하게 적셔놓는 게 좋다.



2) 검색은 가능하면 영어로 한다.


제 아무리 구글에 정보가 많다한들, 한국어로 된 정보량은 고작 1%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영어는 54%로 2위인 러시아(6%)에 비해 9배나 많다. 요즘 번역도 퀄리티가 많이 좋아졌으니 번역기의 도움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검색은 영어로 하자.



3) 미리 원하는 스타일을 정한다.


디자인의 경우 이런 부분을 미리 생각하면 레퍼런스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외주 디자이너를 이용할 것인가, 내가 만들어야 하는가?

이미 사용하는 디자인 중 차용할 만한 것은 없는가?

디자인의 통일성을 고려해야 하지 않는가?



4) 디자인 특징을 고려해서 다른 키워드로도 확장해 본다.


마찬가지로, 디자인은 아래 네 가지를 고려하면 더욱 좋다.


이미지 중심인가, 텍스트 중심인가?

정보를 담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텍스트가 들어가야 하는가?

사이즈는 얼마나 커야(작아야) 하는가?

인쇄용인가, 디지털 콘텐츠(업로드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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