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쾀 Jun 20. 2020

맵지 않아서 좋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네버 해브 아이 에버>

미국의 하이틴 드라마를 떠올리면 보통 연상되는 것들이 있다. 안경 끼고 과학실에서 상주하는 너드들을 괴롭히는 일진. 너드는 아니지만 존재감 없는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이 짝사랑, 아니 거의 숭배하는 교내 인기스타. 그 둘은 우연한 기회(프로젝트 팀플 혹은 방과 후 디텐션)로 단 둘이 있다가 친해지게 된다. 그렇게 좀 시간이 흘러 주인공은 자신이 짝사랑하는 인기스타가 자신을 진심으로 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인기스타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물론 처음엔 주인공이 이용당한 게 맞긴 하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주인공에 대한 마음이 생겼다는 게 포인트. 나중에 헐레벌떡 주인공에게 뛰어가 사과하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인기스타, 그리고 마지막엔 뜨거운 키스. 아마 대다수 하이틴 드라마나 영화는 이런 식이다.

왼쪽부터 데비, 패비올라, 엘리너

사실 <네버 해브 아이 에버>가 넷플릭스 추천 목록에 등장했지만 클릭하지 않았던 이유가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제목부터 'Never Have I Ever'다. 인도 계통 아이가 학교에서 쿨해지고 싶어 한다? 분명 쓸데없이 센 척하겠지. 갑자기 파티를 연다든지, 마약에 손을 댄다든지 아니면 일진과 어울릴라고 마약을 배달한다든지(너무 과한가?). 아무튼 살면서 해본 적 없는 것들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다 후회하고 진정한 친구들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으며 울면서 가족과 친구들 품으로 돌아가겠지. 그런데 그런 와중에 자신의 목적도 달성하겠지. 뭔가 뻔했다. 그런데 <네버 해브 아이 에버>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꽤 달랐다. 

데비가 좋아하는 팩스턴. 존잘이다

사실 완전히 다르다곤 할 수 없다. 하이틴 드라마가 다 그렇듯 <네버 해브 아이 에버> 역시 10대의 불같은 사랑, 그리고 친구들 사이의 오해를 다룬다. 그런데 <네버 해브 아이 에버>은 순하다.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진다. 악랄한 일진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마약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쿨 해지고 싶은 모범생 데비가 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이 유쾌하고 따뜻하게 담겨 있다. 

좋은 콘텐츠의 핵심은 등장인물의 성격이다. 너무 캐릭터가 일차원적이면 뻔하고 재미가 없다.  <네버 해브 아이 에버>의 등장인물들은 정말 입체적이라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데비의 시점으로만 서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데비의 엄마, 데비의 사촌 언니, 그리고 데비의 썸남 등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들의 입체적인 성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데비의 사촌언니 카말라. 존예다

결론적으로 <네버 해브 아이 에버>가 정말 보기 좋았던 이유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와 달리 가볍기 때문이다. <네버 해브 아이 에버>에는 중요한 메시지나 교훈이 담겨있진 않다. 물론 우정의 중요성, 외면이 아닌 내면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 등 찾으려면 찾을 수 있겠지만 그 교훈이 절대로 무겁고 부담스럽지 않다. 여행 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 손에는 버드와이저 맥주 한 캔 있는 상황. 그 상황에서 볼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해달라면 난 망설이지 않고 <네버 해브 아이 에버>를 추천하고 싶다. 시즌 2 빨리 나왔으면.. 

매거진의 이전글 이래서 사랑이 질리지 않나 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