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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Dec 29. 2020

가장 진한 어둠도, 가장 흐린 빛에 사라진다는 것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 홈>

*스포일러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네이버 웹툰인 원작인 <스위트 홈>은 꽤나 어둡고 기괴하지만 또 이를 곱씹어서 생각하고 싶은, 시청자로 하여금 변태적인 행위를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익숙할만한 그런 어두움. 보는데 피가 좀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랐으나 금방 익숙해졌다(역시 적응의 동물).  

워낙 웹툰이 유명한지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작품의 세팅은 다소 간단하다. 사람들이 괴물이 되어간다. 그냥 단순히 무작위로 괴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이 투영된 괴물의 형태가 된다. 예를 들면 머리카락이 없어서 머리숱에 대한 욕망이 가득한 사람이라면, 괴물이 되었을 때 털북숭이 괴물이 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괴물은 잘 사라지지 않는 욕망처럼 생명력이 엄청나다. 상처가 나도 금방 낫는다. 

헬창이 괴물이 되면 이럴까

<스위트홈>의 주인공 현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다. 학교 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와 더불어 교통사고로 인한 일가족의 몰살은 현수를 절벽으로 내몰아버린다. 날짜까지 정해 자살을 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터진 괴물화 현상 때문에 그 계획이 미루어지게 되고, 현수 역시 괴물화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수는 곧바로 괴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이를 버텨낸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수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죽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몰랐어요.. 제가 이렇게.. 살고 싶었을 줄은.

난 원래 내일 죽으려 했다. 하지만, 살기 위해 오늘 이곳을 나간다


엄청난 정신력을 갖고 있는 현수라도 결국 괴물화를 완벽하게 버텨내진 못한다. 절반 정도 괴물화가 되어버리는데 팔이 커다란 날개로 변한다. 가족들 및 친구들도 없고 고통스러운 과거의 트라우마만 가득한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살고 싶었던 그의 욕망이 표출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집은 편안하고 달콤한 공간이다. 달콤한 공간이어야만 한다. 소중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 그곳이 바로 집이다. 비록 괴물이 판치고 피가 난무하는 아파트지만 현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친구를 얻고, 소중한 사람들,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생긴다. 어쩌면 안타깝게도 그 지옥 같은 아파트가 현수에겐 '스위트 홈'이 된 것은 아닐지. 


<스위트 홈>은 꽤 거친 방식으로 무거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당연한 듯 보이는 말이지만 누군가는 스위트 홈이라는 말에 공감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철저히 고립되어 외롭고 어두운 공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현수들이 방 안에서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위트 홈>은 말한다.



가장 진한 어둠도, 가장 흐린 빛에 사라지는 거라고. 작은 가능성도 희망이니까.


아주 작은 관심이라도 그들에겐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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