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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백년연구소 Apr 11. 2023

왜 진양철은 진도준에게 한푼도 남기지 않았을까?

재벌집 막내아들 유언장에 둘러싼 분쟁에 관한 해설 

4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 이항재가 유언장을 날조했다. 

두 번째, 진양철이 노망이 들었다. 

세 번째, 진양철이 의도한 바다. 

네 번째, 법적 검토를 했다. 즉, 유류분 소송을 염두에 둔 것이다.      


월드컵 4강 신화에 대한 흥분으로 시작한 재벌집 막내아들 13화입니다. 시대배경은 2002년입니다. 13화 최대사건은 유언장이 수정되었고, 진양철 회장이 사망합니다. 참고로 삼성의 이병철회장 사망일은 5년전인 1987년 11월 19일이고, 현대 정주영회장의 사망일은 2001년 3월 21일입니다.      


진양철은 순양자동차의 전권을 맡기고, 진도준은 다시한번 경영능력을 보여줍니다. 진회장도 자신을 이을 사람은 다름 아닌 진도준임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사망 5일전 수정된 유언장이 공개됩니다. 설날 용돈 주듯이 지분은 골고루 나눠져 있었고, 진도준에게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유언장은 남은 가족들간 본격적인 지분전쟁을 알리는 총성이 됩니다. 


이필옥의 순양생명 지분 17%가 자녀들의 기대와는 달리 진도준에게 양도되면서 부실한 유언장, 지분이 엇비슷해진 세명의 후계자들. 가족간 분열과 살인은 선대 오너 경영자가 남긴 유산이 되고 맙니다.     

 

가설을 다시한번 검증해봅니다. 

첫 번째이항재가 유언장을 날조했다? (자막

이항재도 14화 순양생명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변심을 잠깐합니다만 13화에서는 진양철의 뜻에 따라 유언장을 작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담당 변호사에 의해 유언장이 날조된 사건을 제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본 적도 있고, 상속재산 분할에 불만이 있는 유가족들에 의해 유언장 무효 소송은 많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진양철회장은 왜 유언장을 수정한 것일까요? 


두 번째진양철이 노망이 들었다

진양철은 노망은 아니지만 섬망을 앓고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간헐적 치매입니다. 노망을 노인이 된 마음, 혹은 죽음을 앞에 둔 자의 마음이라고 한다면, 진양철도 하루가 다르게 마음이 약해지고 백번씩 변심을 반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에서는 진도준에게 순양자동차를 맡아보라고 해놓고, 뒤로는 이항재에게 순양자동차 매각을 알아보라고 합니다. 잘한 일보다는 실패한 일, 못한 일, 후회되는 일, 아쉬운 일만 생각납니다. 능력위주로 후계구도를 정하겠다고 하는 사장의 마음으로 일평생 살아오다가 죽음을 앞두고 한명의 아버지로 돌아가 자식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유언장을 수정했을 것입니다. 


세 번째진양철이 의도한 바다?  

노망이 아니라고 하면 장자상속의 원칙을 스스로 깨고, 능력으로 회사를 가져보라는 심판자의 입장대로 유언장을 수정했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나 세 번째나 어쨌든 결과는 같습니다. 자녀들을 피비린내 나는 전쟁으로 내몰게 되니까요.      


네 번째법적 검토를 했다유류분 소송을 염두에 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입니다. 유언장에서 진도준에게 상속재산 중 지분 전체를 진도준에게 몰아준다고 해도 상속법상 인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법무팀을 통해 검토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양철의 손자인 진도준은 할머니, 삼촌, 고모들의 법정 유류분 청구 소송에서 질 수 밖에 없을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상속재산은 약 2조 6천억원이었고, 유언장이 없을 때에는 유가족에게는 법정상속분으로 전체 상속재산이 분할되고, 유언장이 있을 경우에도, 배우자 및 자녀들이 상속재산의 절반은 자기 몫만큼씩 나눠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도준에게 남긴 차명재산 7천억원은 유류분 청구소송에서 제외되고, 이는 전체의 1/4에 해당하는 규모로 봤을 때, 진양철은 4명의 자녀에게 골고루 남겨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현실은 어떠했을까요? 삼성 이병철 회장이 남긴 상속재산은 237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신고 재산을 공익법인에 출연하는 방법으로 비껴나갔죠. 세무조사를 마치고도 181억원만 세금으로 납부했습니다.      

오너 경영자 사후, 사람들은 고인의 실존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게 됩니다. 유언장, 배우자, 고인이 남긴 말과 유품들. 유언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살아생전에 어떤 결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재에 따른 대책. 권한의 위임, 재산 분배에 대해서 정함이 없기 때문에 모두가 유언장을 바라보게 됩니다. 남은 것은 자녀들의 전쟁입니다. 


이상 기업백년연구소의 김기백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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