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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Oct 13. 2017

낫투데이 - 20171013

악화된 상황


추석 연휴까지 쉬면서 컨디션을 회복해서 2차 항암치료를 받겠다는 계획은 틀어진 것 같습니다.


일단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통증이 조금 더 늘어난 것 같은 느낌에 턱 근육 문제로 인한 개구 장애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개구 장애로 인해 음식 섭취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자 체중도 아주 조금씩 줄고 있는 상황이고 여기저기 통증이 자꾸 두통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서 전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죠.


개구 장애를 해결해 보겠다고 침을 맞고 턱 근육 마사지를 하던 결과는 좀 애매하게 나왔습니다. 근육이 좀 풀리는 듯하다가도 하루 밤 자고 나면 다시 더 아프게 뭉치고 허사로 돌아가기도 하고, 밥을 먹으면서 입을 좀 심하게 움직이거나 입을 좀 더 벌릴 수 있게 하려고 운동을 하고 나면 다음날 엄청난 근육통이 몰려오면서 두통까지 덤으로 오기도 하고..


수술 직후보다는 당연히 입이 조금 더 벌어지긴 합니다만 통증은 전혀 가라앉질 않네요. 사실 체중 감소 문제의 가장 큰 부분은 이 개구 장애, 턱 근육의 문제가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확실한 것은 회복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겠지요.


그 와중에 통증이 심한 날은 밤중에 자다가 깨서 진통제를 먹어야 할 정도로 괴롭기도 하니 생각보다 좀 더 힘든 상태입니다.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나, 그중 가장 심각해 보이는 문제는 이겁니다.


오른쪽 콧방울에서 위 쪽으로, 즉 코의 우측 부위가 아주 조금씩, 그러나 지속적으로 부어오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간헐적인 통증도 있네요. 이건 둘 중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수술 시 절개했던 부위에 문제가 있어 염증이 생기면서 부어오르는 것, 아니면 이 부위에 종양이 재발해서 다시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항암치료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병원에 가서 종양내과 담당 선생님에게 이 얘길 했더니 일단 재발 여부를 확실하게 확인해 보고 계획을 다시 논의하자고 하시네요. 그래서 MRI와 CT까지 촬영 예약을 하고 왔습니다. 21일에 촬영을 하고 24일에 다시 의사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하기로 했지요.


결국 다시 재발 문제가 닥쳐왔습니다. 이번에는 한 일 년 있다가 온 것도 아니고 수술받은 지 겨우 두 달 만에 온 것입니다. 재발이라면 참으로 성실하고 부지런한 녀석이군요. 물론 검사 결과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느낌으로는 재발일 가능성이 높게 느껴지네요. 그러면 이제 더 이상 수술은 힘들 것 같고 항암이나 방사선으로 상대를 해야 되는데 쉽지 않은 일이겠죠.


사실 연휴 전부터, 또 연휴 내내 이 문제로 인해 착잡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컨디션이 나빠진 원인도 이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잠도 잘 못 자고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차라리 이제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료 예약을 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좀 가라앉는군요. 역시 고민만 하기보다는 뭔가 액션을 취하면 마음은 차분해집니다.


참.. 여러 가지로 쉽지 않네요. 그토록 많은 분들께서 더 이상의 재발 없이 순조롭게 나아지기를 기원해 주셨는데 또 실망을 드리는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2차 수술 직전에 재발이 확인되었을 때 제가 받았던 충격에 대한 기억과 비교하면 지금은 오히려 놀랍도록 담담한 느낌인데, 막상 결과를 받아보면 또 어떨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일 큰 변화는 이 병에 대한 제 입장이 많이 바뀐 탓일 겁니다. 병이라기보다는 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제가 판단하는 관점이 변한 것이라고 해야 되겠죠.


이 얘기는 좀 긴 얘기가 될 듯하여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오늘은 그저 조금 안 좋을 수도 있는 소식만 전해드리고 마무리하게 되겠네요.


생각보다 훨씬 멀쩡하니까 너무 걱정하지들 마세요. 그냥 여기저기 조금씩 아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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