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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Jan 02. 2018

신년인사

살아남는다는 것

이링공 뎌링공 하다보니 어느새 2017년이 저물어 가고 2018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신기한 일이군요. 그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던 것이 겨우 한해 안의 일이었다니..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그나마 암에 걸렸다가 수술을 마치고 이제 다시 "재발하지만 않으면 된다"며 열심히 재활을 했던 한 해입니다. 물론 반 년 쫌 넘기고 재발하는 바람에 일은 더 어려워졌지만 말이죠.


사회적으로 보자면  무려 헌법절차인 국민투표로 뽑혔던 대통령이 모종의 이유로 탄핵을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바로 이 문장.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너무 감동적인 문장이었어요. 세상 그 어떤 법관이 읽었던 판결문도 이렇게 감동적이진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나서 많은 분들이 원하시는 대로 대통령 문재인의 당선이 있었고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로 비정상의 정상화 (이게 진짜 비정상의 정상화죠. 박근혜가 한 것은 정상성의 파괴였으니까요. )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슬슬 디테일한 주제로 들어가면서 사회적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 볼만하고 아름다운, 나름대로 꽤 건강한 사회인 것 같습니다 .안 그런가요? 기특하게 대통령도 짜를 줄 알고 말이죠. 우리 모두는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그런 엄청난 일을 그 짧은 시간내에 겪어 내는 신기한 한 해가 마무리 되었으니 뭔가 신기한 일을 한 번 더 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신년인사를 제가 써보고 싶어졌다는 거죠.


원래 신년인사라는 것은 그래도 뭔가 사회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고 희망에 넘치는 건강한 캐릭이 써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그런데 저는 사실 2018년 한 해를 온전히 살아낼지도 모르는 위험한 암환자에요. 적절하지 않은 일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왜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한 해를 제가 다 살아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한 해를 가장 알차게 살아내고 싶어했던 사람들 중에는 제가 포함되지 않겠냐는 겁니다.


제가 쓴다면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한 해를 살아내는 2018년이 되길 빕니다 .


그게 뭐야. 그건 당연한 일이지. 별것도 아닌 얘길 하고 있어. 그런 걱정은 노인네나 환자들이나 하는 거지. 이런 반응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맞는 말이죠.


그런데 당해보니 그 느낌이 좀 다르더군요.


저는 오히려 건강한 일반인들이 가장 크게 소망해야 할 것이 바로 건강하게 한 해를 살아내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건강을 잃어버려 보니까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뭐 이런 얘기냐고요?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얘기입니다..


여러분,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중증 구강암 환자인 제가 2018년을 건강하게 살아낼 수 있을까요?없을까요?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보자면 없습니다.


이것은 사랑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학과 합리에 대한 이야기에요.


하지만 저는 이 가능성도 별로 없는 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며 올 한해를 살아갈 것입니다. 무사히 살아내기.


왜일까요?제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의학적으로 봐서는 회복의 가능성이 별로 없는 중환자라 하더라도 저는 오늘 하루도 꾸준히 어떻게 해서든 영양을 공급하고 어떻게 해서든 운동을 해서 몸을 정상으로 돌리려고 노력할 겁니다. 제가 바보인가요?


가능성이 없더라도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겁니다. 도 가능성이 많더라도 등한시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는 겁니다.


건강한 일반인 여러분들은 그냥 가만히 있으면 올 한해 건강하게 살아내질 것 같으신가요?바로 제가 2년 전에 그렇게 생각을 했었죠. 술만 조금 줄이고 운동 조금만 더 하면 괜찮을 거야.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는 우리들 자신, 우리들의 존재 자체가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라는 겁니다.


모든 일에 앞서서 우리들 자신이 올 한해를 건강하고 소중하게 살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그 확신 밑에서도 끊임없이 위험요소룰 제거하고 서로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들 자신이 이 새로운 또 한 해를 건강하게 살아낼 수 있도록 항상 깨어있고 노력하는 것.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그만큼 "안전"한 곳이라는 것.


이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누가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지당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2018년 한해의 신년사를 그런 얘기로 채우고 싶었다는 거죠.


18년이라는 숫자에 빗대 비속어나 늘어 놓으면서 낄낄 거리는 것 보다야 훨씬 더 건강한 신년사 아닙니까?


하여간 그렇습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 해를 살아내실 수 있게 되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뱀발 ) 앗!! 2019년 신년사 쓸 거리가, 진짜 좋은 역사적인 신년사의 주제가 생각나 버렸습니다. 내년에도 신년사를 반드시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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