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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 Oct 04. 2022

퇴사자를 원하는 곳이 있을까?

경력 단절 4개월 만에 6개 회사 합격을 부른 기적의 멘털 관리법

퇴사 후 한 달 간의 제주살이가 익숙해질 때쯤 문득, 다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재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경험한 나로서는 재충전한 에너지로 어디든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지원한 나름 큰 규모의 회사에서 최종 합격 소식을 접하고 입사일을 조정하던 중 뜻하지 않게 회사 내부 사정으로 내가 지원한 채용 자체가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처음이니까, 앞으로 다른 곳에도 합격할 거니까, 하며 덤덤하게 넘길 수 있었다.


나는 어디든 갈 수 있겠지. 2개월 때부터 나에게 맞는 회사는 어디일까 고르고 골라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지난 이직처럼 실패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번번이 면접의 기회도 갖지 못한 채 탈락되기를 한 달. 마음속엔 스멀스멀 불안한 맘이 싹텄다.


나를 원하는 데는 없나 봐. 3개월째 되던 때부턴 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미친 듯이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오전 내내 여러 채용 사이트를 돌며 각 기업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 지원할 회사를 리스트업 했고, 오후 내내 이력서를 써서 냈다.


4개월 때부터 한 달 내내 지원했던 회사들로부터 하나둘씩 면접 제안이 오기 시작했다. 재취업 전 마지막 한 달은 일주일에 3~4개씩의 면접을 보았고, 어떤 날은 하루에 두 개의 면접을 보기도 했다.


43개 회사 입사 지원, 13개 회사 서류합격, 6개 회사 최종 합격. 서류 합격한 회사 중 3개 회사는 스케줄 상 면접에 참석하지 못했다. 4개월 간의 재취업 여정 끝에 내가 받은 성적표였다. 모두 좋은 조건이라 오랜 고민 끝에 그중 국내 대기업 계열사 중 한 곳을 선택하여 최종 입사했다. 경력 단절 구직자의 4개월간의 여정은 이렇게 끝났다.


경력 단절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멘털 관리다.


멘털 관리 첫 번째로 나는 백수생활계획표를 짰다. 흔히들 백수가 여유롭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오히려 직장인일 때보다 더 바빴다. 백수가 되고 가장 힘든 건 학교나 회사에서의 소속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기력해지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며 생활 패턴이 망가지기 쉬운데 이를 방지하게 위해 하루에 내가 해야 할 최소 일정을 세웠다. 그리고 회사에 다닐 때와 동일하게 9 to 6로 남들 일하는 시간에 재취업을 준비했다.


둘째, 냉혹한 채용 시장 속 많은 가능성을 위해 최대한 많은 기회를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회사가 나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나를 원하는 회사는 내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원하고 나를 원하는 회사의 중간 접점을 찾아야 한다. 구직 첫 2개월 동안 번번이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탈락했었던 건 내가 그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기회조차 가질 수 없도록 가능성을 좁혀놨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 재직자도 아닌 퇴사자다. 과연 내가 취업시장에서 재직자보다 매력적일까?' 냉정하게 나를 돌아보고 나를 시장에 내놓았을 때 팔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셋째, 자존감은 백수 생활에서 잃어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다. 백수 생활이 길어지다 보면은 불안하고 작아지기 일쑤인데, 그래선 안 된다. 오히려 직장 생활을 할 때 못해본 것들을 하고 못 가볼 곳들을 가며 지금 백수 생활의 장점을 누려야 한다. 나는 계속 생각했다. '난 지금 긴 휴가 중이다.'


마지막으로, 누구에게나 온 우주의 기운이 나를 향하는 타이밍이 온다. 어느 순간 서류심사에 줄줄이 합격하기 시작하면서, 면접을 볼 때마다 합격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감히 온 우주가 나를 취업의 길로 이끄는 듯한 기운을 느꼈다. 아마도 끊임없는 멘털 관리로 나도 모르게 키워진 자신감과 긍정적인 기운들이 채용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많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여행하는 마음으로 '때'를 준비하니, 나에게도 그 '때'가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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