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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 Oct 04. 2022

그 면접관은 왜 재직자 말고 퇴사자를 뽑았을까

경력 단절자가 면접에서 재직자를 이기는 법

현실 직장생활을 잘 고증해 낸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무리 힘들어도 회사가 밀어내기 전까지는 나가지마. 회사 밖은 지옥이다."


지금 있는 회사에서 죽을 만큼 괴로워도 사람들이 바로 쉽게 그만두기 어려운 이유는, 경력단절이 될까 봐이다. 어렵게 들어온 회산데 그냥 나가도 되는 걸까? 다른 곳에 취직이 안되면 어떡하지? 오랫동안 백수로 지내야 하면 어떡하지? 회사 밖은 지옥이라던데 차라리 여기가 덜 지옥이지 않을까?


사람은 살아가면서,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취업 시장에 나오기까지 대다수가 '학생'이라는 동일한 신분을 가지며 살아간다. 학생이라는 신분 속에서 살아가다 사회 속으로 나를 던졌을 때 내가 처음 가지게 된 신분은 '직장인'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나를 감싸주는 가장 큰 울타리였는데, 회사를 나오게 되면서 그 울타리 속에서 느끼는 소속감은 사라지고 나를 나타낼 수 있는 명함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이 꽤나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는데, 어느 날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내가 갑자기 몸이 아파 쓰러져 버리면, 직장인이라면 출근을 못해서 연락이 올 텐데 지금 회사 밖에서 나의 상황은 누가 알아주지?'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까지 이어졌다.


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경력직 재취업 면접 과정에서 더 뼈 저리게 느끼게 된다. '왜 다음 스텝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그만두셨나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내가 전 회사에 적응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뉘앙스의 질문으로 10개 회사면 10개 회사 모두 나를 공격했다. 이유가 어쨌건, 면접 내내 나는 전 회사를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나를 변호해야 했다.


여러 면접을 거치며 이를 대처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대부분의 면접 첫 시작인 자기소개를 할 때에 지레 내 입으로 '현재 전 회사를 그만두고 구직 중이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첫인상과 이때 프레임은 생각보다 중요하게 작용을 하는데, 내가 내 약점을 먼저 드러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슬프게도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자기소개 이후 바로 치고 들어오는 질문은 나의 경력 단절에 대한 이유일 것이다.


이때 겸손하고 당당하게 나와 전 회사는 맞지 않았음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퇴사한 회사가 나의 커리어 상 새로운 도전이었기 때문에 내가 이상적으로 바라본 외부에서의 그 회사의 모습과 내부에서 직접 경험해본 방향이 맞지 않다고 느꼈음을 얘기했고, 경력 단절이 되더라도 나의 이러이러한 경험과 장점을 토대로 언제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나왔음을 피력했다. 그리고 조금 더 돌아갈지언정 나에게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음을 말했다.


나의 장단점을 말하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행여 내가 퇴사자라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진 않을까 생각하실까 봐 가장 큰 장점은 동료들과의 우호적인 관계와 유관부서와의 협업을 잘 이끌어냄을 말했다. 내가 중간 역할을 하며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던 경험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은, 면접 내내 경력 단절 자라고 위축되지 말고 오히려 충분한 재충전 이후 채워진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현재 입사한 회사의 팀장님은, 나를 채용한 이유 중 가장 첫 번째로 '밝고 의연한 모습으로 어떤 어려움이 와도 해결해 낼 수 있을 것 같아 뽑았다.'라고 하셨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나와서 경력 단절자로 4개월을 살아온 나로서도 회사 밖 생활에서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건 '회사 밖은 그리 지옥은 아니다'는 것이다. 오히려 회사 밖이 두려워 회사 안에서 감내했던 시간들이 후회될 만큼 나는 자주 행복했고, 더 많이 자유로웠고, 긍정적인 기운을 받게 되면서, 재직 당시보다 재취업에 집중하며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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