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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진 Aug 26. 2017

[과학] 과학실험교육 현장에서의 생각 한토막

이공계 박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게..

대학에서의 강의(일반화학및 화학실험)에 이어, 고등학교에서도 실험수업을 하기로 했다. 찌질하게 실토하면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지원하다보니 하게된 일이고,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고급과학기술을 가진 전문가로서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내 지식을 나누는 동시에 과학교육현장의실제를 경험해보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이게 다 결국 내 경험쌓기의 일환일거니까. 

본격 수업진행 전 여러가지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오늘 다른 박사님의 수업을 참관하러가보았다. 대학에서 강의도 많이 해봤고, 회사에서도 직원대상혹은 고객(의사) 대상으로 스피치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수업진행자체는 솔직히 걱정되지 않으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내겐 큰 부담으로 되었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시선으로 결코 쉬운학생이 아니었다. 똑똑한 편이긴했지만 대하기 어렵고 어떤경우엔 무서운 학생이었다. 그런애들이 20명 넘게 모여있을수도 있다 생각하니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그런데, 이 수업을 주관하는 회사 관계자께 들으니 가장 염려되는 것은 기자재 관리란다. 아이들과의 호흡은 그 다음이라고. 흐흐.. 실험에 필요한 기자재를 체크하고, 실패없이 실험을 하고, 매뉴얼대로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까지. 본질보다 형식에 더 치중하라는주의사항을 들으며 속으로 어이없게 웃었다. (분명 내 얼굴에서 표시가 났을건데, 그걸 알아차린 관계자가 더 강조해서 그 부분을 몇차례 더 강조함..)


오늘 참관한 수업은 '나일론 만들기'였다. 시약 몇가지 섞어서 실을 줄줄 뽑아내는것. 나도 이십여년전 학부실험시간에 한 기억이 난다. 계속 지루하고 재미없다가마지막에 섬유가 나올 때 실패만들듯 감아올리면서 흥미로웠던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가루를 녹인 액체 두어가지를섞었을 뿐인데 실처럼 감아올릴 덩어리가 슬슬슬 생겨나는 과정이 재밌었다. 아니, 딱 그부분만 재밌었다…… 오늘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도 그래보였다. 
흠.. 내가 이런 수업을 해야한단말이지.. 근데좀 더 재밌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할 때 듣는이가 재미없어하면 강사도 힘이 빠지게 나름이다. 그런 경우는 수업이 끝났을 때 피로도가 크다. 근데 오늘 그 강사분은아이들 반응에 별로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내게 수업하는거 재밌다고.. 뜨악.. 듣는애들이 즐거워보이지 않았는데 선생이 재밌다는건 어떤의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분.. 이 글 읽는건 아니겠지? ㅠㅠ)


어떤 일이건 열심히 그리고 누구보다 재미있고 생산적으로 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 일도나 나름대로 의미있게 잘 적응하고 해낼거라는 긍정적 생각은 든다. 어쩌면 오늘 강의한 그 박사님보다는잘할 수 있겠다.. 라는 안도감 정도에 긍정을 하고있는지도. 그럼에도한편으로는, 학부/석사/박사/포닥까지 주구장창 학교에 소속되어있으면서 그렇게나 많은 실험과 공부를 했음에도,사회에서 할 일이라는게 '아주 단순한' 교육이나강의밖에 없다는 것이 씁쓸했다.
배울거 배우고 얻을거 얻고.. 어서빨리 내 사업(혹은내가 관여한 사업?)에 보다 더 충실해야겠다. 어제 만나뵌판도라티비의 김경익 대표님 조언대로 '나만의 엣지'에 더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치있는 일이 될 것 같다.

근데.. 이렇게 곁가지로 강의하러 다니다가.. 전문강사로 흘러가는거 아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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