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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moMistakes Apr 13. 2020

프로폴리스 치약

오만과 편견

저녁 식사를 마치고 양치질을 하러 화장실로 향했다. 


1.

처음 보는 치약이 있다. 전형적인 안 팔리는 중소기업의 제품의 모습을 하고 있다. 미니멀하면서 초라하다. 훈련받은 마케터의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약간 통통한 하얀색 튜브에는 프로폴리스라  쓰여있고 그 폰트 역시 언발란스하다. 프로폴리스, 어디서 들어봤다. 이 성분이 몸에 받지 않으면 잇몸이 붓는다는 얘기를.


2.

칫솔에 치약을 짰다. 튜브만큼 하얀색이다. 거실로 나와서 칫솔질을 시작했다. 이상한 ‘맛’이 느껴진다. 무향 무첨가… 이런 컨셉인가? (좋지 않은) 원료의 맛, 원료의 취가 이렇게 가감 없이 느껴지는 제품은 실로 오랜만이다. 최소한의 사용감 테스트도 하지 않은 제품이 분명하다. 아무리 중소기업 제품이라고 해도 너무 했네. 


3.

곧이어 대단히 특이한 사용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작고 치밀한 거품이 찰지게 형성되는 느낌. 어라, 독특하네. 현저히 낮게 형성된 기대치를 상회하는 사용경험을 하게 될 때의 흥분과 섣부른 폄하의 미안함이 섞여 드는 순간, 또 다른 특이한 경험이 시작되었다. 작고 찰진 느낌의 거품은 입 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아서 칫솔이 입으로 들어가면 그만큼의 거품이 입 밖으로 나올 정도였다.


4.

치약의 ‘맛’ 때문인지 어째 잇몸도 좀 붓는 느낌이 들어서 양치질을 중지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물로 헹구기 시작했는데… 통상의 치약과 다른 헹굼성을 보여준다. 뱉어도 뱉어도 거품이 계속 나온다. 뭐 이런 제품이 다 있어? 도대체 어디서 만든 거야? 치약의 튜브를 다시 살펴보았다. 제조사 이름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제품명이 처음으로 정확히 눈에 들어왔다. ‘프로폴리스 폼 클렌저’ 



아무래도 조만간 안경을 쓰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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