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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다 Mar 23. 2023

공감

에세이

평소에 자주 연락하는 친한 동생에게 어제 통화를 하면서 물어봤다. 속상하거나 화나는 마음을 누군가에게 토로했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냐고. 가만히 들어주는 사람이 좋은지 아니면 나보다 더 화내주는 사람이 좋은지. 동생은 후자가 더 좋다고 했다. 나보다 더 화내주는 사람이 있으면 기분이 많이 풀린다고.


나는 전자 쪽이었지만, 동생은  날 이해한다고 했다. 이미 10년도 훌쩍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터라 나한테 많이 적응하기도 했을 테다. 그런데도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내게 얘기해 주는 건 늘 고맙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정서적 공감을 표현하면 좋겠지만, 타고난 기질을 맘대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내 친한 동생처럼 자기감정에 솔직한 사람들이 한편으론 신기하고 다른 한편으론 부럽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좋아한다.


되도록 감정을 혼자서 해결하는 편이다. 노래를 듣든 산책을 하든 나 혼자 있는 공간에서 혼자 화를 내든. 아니면 잠을 자든. 그러면서 감정이 가라앉고 이성이 깨어나길 기다린다. 내가 책임이 있는지, 아니면 난 잘못이 없고 명백히 부당한 일인지. 나한테 잘못이 있었다면 내가 화낼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도 사람이니까 그걸 깨닫고도 화가 날 때도 있다. 그땐 다시 성난 마음을 달래며 가만히 기다린다.


하지만 나한테 분명 잘못이 없다고 느껴질 땐 친구나 지인에게 공감을 얻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럴 땐 카톡이나 전화를 한다. 그리고 최대한 사실 중심으로 공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내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게. 물론 사람이 100% 객관적일 수야 없겠지만, 일단 그렇게 되도록 노력은 한다. 언론 보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공감을 얻고 싶어서 연락하는데,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지 나도 이유는 모르겠다. 최대한 객관적인 전후 상황 전달 후에 받는 공감이 진짜라고 믿어서일까.


당연히 늘 이렇게 이성적일 순 없어서 가끔 감정에 지기도 한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스스로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느끼는 게 착각일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살면서 그 정도로 속상하거나 화가 날 일이 잘 없어서 여기에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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