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천을 지나 태재고개를 걸어가는 465번 남자”

by 황규석

“분당천을 지나 태재고개를 걸어가는 465번 남자”

다행히 퇴근을 빨리했다. 분당 서현역 헌혈의 집으로 허겁지겁 달려가 문을 열었다. 대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조금 따끔해요”간호사 선생님의 눈웃음과 애교스러운 말투에 나도 “괜찮아요~”하고 싱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의 팔뚝에서 꽂힌 관에서 빨간 피가 빠져나가고 다시 혈장 성분이 빠져나간 혈액이 들어오길 반복했다. 40여 분 뒤 헌혈이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황 선생님!” “제가 더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하는 헌혈, 정말이지 헌혈할 수 있는 몸을 가지고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한 금요일 저녁시간이었다. 달콤함 포도주스 한 잔과 초코파이를 먹고 난 후 가을의 끝자락, 휑한 그러나 정결한 가로수를 보면서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분당구청 앞의 잔디광장을 가로질렀다. 누우런 잔디밭이 고요하다. 이제 싱그러운 봄날, 파아란 잔디의 싹을 보려면 다가오는 한겨울의 추운 겨울바람과 몇 번의 눈발을 맞아야만 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휑한 늦가을의 정취와 달리 퇴근 후에 하는 정기적으로 한 달에 두 번씩 하는 “헌혈”은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다. 즐거운 내 삶의 취미이자 동반자이다. 그 뭔가 뜨거운 무엇이 채워지는 온전히 나로 하여금 이 세상에 가치 있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그리고 두 번째 내 삶의 작은 즐거움은 바로 “걷기”이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지만 시간이 허락하면 나는 집으로 가는 가깝지 않은 그 길을 걸어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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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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