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시리즈
1.
모든 치열함에는 그 이유와 근거가 필요하다. 내가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
2.
서로에 대한 애정과, 무엇보다도 신뢰가 유지될 수 있는 관계라면, 함께 공유하는 물리적 시간과 공간의 절대량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는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을 수 있고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관계에서는 각자가 속해있는 삶의 궤적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장기간 출장으로 떨어져 있어야만 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하루 24시간 내내 함께 할 수도 있을 테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삶에서 내가 반드시 어떤 쪽이 되게 만들거라 장담할 수는 없는 것.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에게 ‘내가 언제 어느 때건 어떤 경우에도 네 곁에 있을게’라는 말은 하지 않을 테다. 대신, ‘내가 너와 순간 속에서 함께하고, 흐름 속에서 영원할게’라고 말해야지.
3.
어차피 성공을 위해 실패하는 과정은 필수적이기에 어떤 영역에서 실패를 경험할지 선택해야 한다면, 내가 선택할 영역은 투자.
4.
부채도 자산이다. 이 개념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너무 많다.
5.
작가는 글에서 가장 화려하고, 가수는 공연에서 가장 화려하고, 배우는 무대에서 가장 화려하다. 그리고 그 화려함은 그 사람의 일상과 전혀 별개의 것.
6.
안타깝게도, 글에 힘을 싣는 건 힘이다. 글이 아니라.
7.
요즘의 나는 지금까지 적어온 내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하도 누가 보건 말건 그냥 내 생각 마음대로 쓴다고 막 적어가지고… 진짜 여과 없이 날 것 그대로인데. 다시 읽어보면 어렸을 때 하두리로 찍은 사진 보는 느낌이려나. 손 발 없어지려 하는 느낌이려나.
8.
싸이월드를 한참 쓸 때의 나는 ‘내 색깔이 없다’는 고민을 종종 글로 토로하곤 했다. 다른 애들은 다 자기 개성이 있고 자기 색깔이 있어서 뭔가 또렷한 것 같은데,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아 자아정체성이 없는 건가 하며 정신적 방황을.. 근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나는 정말 자기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 됐다. 요즘은 나만큼 개성 뚜렷한 사람도 참 드문 거 같다. 어쩌면 또라이인거 같기도 하고…?
9.
구도를 파악하지 못하면 흐름에 쫓기며 산다. 너무나도 바쁘게 사는데도 왜 바쁜 건지도 모르고 언제까지 바빠야 하는 건지도 모르고. 나는 이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관점을 갖기 위해서 구조를 보려 했고, 그 결과가 철학과 경제학에 대한 공부였다. 성과는… 있다... 아마도...?
10.
컬러 테스트 성격 묘사 중에서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혼자 생각할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문장이다. 나는 정말로 혼자 생각할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냥 쏟아지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보내는 시간들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왠지 모를 우울감이… 내가 여백 있는 삶을 동경하는 이유.
11.
맞아요. 고마웠어요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