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이다.
수업하는 시간 동안 달궈진 차 안은 그야말로 한증막이 따로 없다.
핸들이 뜨거워 소리를 치며 차를 움직인다.
바쁜 날이다.
수업이 끝나는 대로 책을 반납하고 학교 주차를 연장한 후 집으로 가야 한다.
저녁에 충무로로 가려면 아이를 봐줄 남편에게 업무 시간을 줘야 한다.
2시까지 집에 도착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아이의 방학은 어쩔 수 없다. 학원은 원치 않으니 엄마 아빠가 돌아가며 집을 지켜야 한다.
그나마 오늘은 유일하게 가는 미술이 있는 날이다.
정신없이 책을 반납하고
주차 연장까지 오케이.
이제 집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쉬쉬쉬쉬쉬..
이이 이이잉..
뭐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미 옷은 땀범벅, 얼굴은 뜨거운 차와 함께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 스마트키로 시동을 켜 본다.
쉬쉬쉬쉬..
이이 이잉..
보험회사에 전화하니 배터리 문제일 거란다.
15분 내로 도착한다고 하기에 차 안에서 10분을 멍하니 앉아있다가
남편에게 전화한다.
"차가 시동이 안 걸려. 일단 상황 보며 연락할게."
배터리 문제니 금방 해결이 될 거라 생각했다.
곧 도착한 기사님은 배터리를 충전해도 안 되자 견인차로 바꿔 부른다.
"30분 후에 도착합니다."
견인? 견인이라고? 심란하다.
지난 방학에 차 검사를 받겠다고 생각만 했다. 그러다 미룬 게 화근이 된 걸까.
견인이라니.. 마음이 복잡하다.
이미 옷은 땀으로 다 젖었다. 이 학교는 왜 지하주차장이 없는 것일까.
차도 익고 나도 익어갔다.
"자 여기서는 차 못 빼요. 같이 밀어야 해요."
30분 후 도착한 견인차 기사님의 말에 맞춰 차를 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견인을 경험했다.
기사님 옆에 앉아 센터로 이동했다.
뭐가 문제일까.
당장 얼마나 나올지도 걱정이다.
오늘은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다며 집으로 가란다.
내일 오후에나 알 수 있다고 한다.
차라리 다행이다. 아이들 픽업 시간이 더 늦어지면 안 된다.
급하게 집으로 와 아이들을 픽업했다.
1시간 30분 후면 다시 충무로로 나가야 한다.
그 사이 아이들이 먹을 간식을 챙기고 잠시 유아소파에 머리를 기댄다.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시간을 맞춰 집에 들어오는 남편과 교대로 집을 나선다.
충무로는 기회의 장소다.
기회는 온다. 문제는 역량과 자신감이다.
나는 준비된 사람인가.
정신없는 하루가 머릿속을 지나간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그 안을 비집고 들어간다.
집에 오니 밤 10시가 넘었다. 아이들은 아직도 안 자고 있었다.
내가 집에 오자마자 피곤했는지 남편은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좋아질 날이 오겠지.
내일 올 연락을 기다린다.
잘 수리되기를. 이왕이면 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