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달리기가 쉬웠다.
몸이 점점 무거워지면서 말이 달라졌지만.
잽싼 친구들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게 뭐라고. 체력장.
단거리도 안되고 철봉 매달리기도 안되니
장거리라도 뛰자.
어지럽다. 속에서는 피맛도 올라오고
그래도 이거라도 잘해야 기본은 한다.
침을 뱉으면 피를 뱉어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초점을 잃은 눈으로 바퀴를 세 가며 운동장을 달린다.
피맛 같은 체력장의 추억이다.
장거리는 그렇다.
입은 바싹바싹 마르고 단숨에 해결도 안 되니 정신도 중간에 종종 놓게 된다.
그런데 삶이 장거리더라.
백일 동안 글을 썼다.
매번 놓쳤다. 뭐 그런 걸 하지? 하면서도 그들의 도전에 따라나섰다.
처음에는 30일, 두 번째는 10일, 세 번째는 0일, 네 번째는..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을 때쯤 무슨 오기로 다시 100일을 시작했다.
한 번은 끝까지 가 보고 싶었다.
완주.
피맛 같은 장거리 달리기의 끝.
모처럼 피맛을 느끼며 이 긴 여정을 왔다.
대단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마음을 털었다.
너무 개인적이다. 지나치다.
그래도 썼다.
그걸로도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그래. 잘했다.
수고했다.
고맙다.
100일을 완주하니 이제 다시 가는 100일은 한결 수월하겠지.
산을 하나 넘은 느낌이다.
비현실적인 100일이 눈앞의 100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