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한 가지 퀴즈! 로뎅의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지상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빠진 단테를 상징합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독립적인 하나의 작품이 아닌 단테의 신곡 지옥 편을 주제로 만든 <지옥의 문>에 포함되어 있는 조각상입니다.
작년 2021년은 단테 서거 7백 주기가 되는 해였습니다. 고전 중에 고전 신곡은 그야말로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여러 오페라, 연극, 영화,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지요. 영화라면 댄 브라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인페르노가 있고요. 피아니스트 리스트, 이탈리아의 작곡가 조반니 파치니 등이 단테의 신곡을 모티브로 곡을 썼습니다.
가까운 날 소개할 책으로 지금 마사 벡의 <어두운 숲길을 단테와 함께 걸었다>를 읽고 있는데요. 이 책은 단테의 신곡의 구조를 가져와 쓴 책이에요. 그래서 저자의 마음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서 이 책과 함께 신곡을 같이 읽어 나가는 중입니다.
100개의 노래로 이루어진 거대한 서사시 단테의 <신곡(神曲)>은 ‘신들의 노래’란 뜻인데요. 원래 단테가 붙인 제목은 ‘희극(La Divina Commedia)’입니다. 성스러운 이란 뜻의 디비나는 단테가 붙인 것이 아니라 보카치오가 단테의 생애에 대해 감탄한 말인데, 1555년 로도비코 돌체라는 출판업자가 책을 새로 낼 때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그냥 희극이었습니다. 아마 번역되는 과정에서 제목이 바뀌었나 봅니다.
그런데 왜 희극이라고 했을까요. 그가 작품을 ‘희극(Commedia)’이라 명명한 이유는 “원래 희극은 추한 것으로부터 시작해 아름답게 마무리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신곡은 지옥으로부터 시작해 연옥을 거쳐 천국으로 마무리되는 설정을 하고 있는데, 9박 10일 정도의 기간 동안 단테가 지옥과 천국을 경험한다는 내용입니다. 단테가 눈을 떴는데, 캄캄한 숲에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1곡이 시작되는 날은 4월 봄, 부활절 전날이었습니다.
영화 인페르노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요한 단서로 등장하는 이 지옥도는 보티첼리가 단테의 신곡에 영감을 받아 그린 것입니다. 보티첼리가 무척 사모한 시모네타가 메디치 가문에 의해 죽게 되었는데요.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단테와 단테가 흠모한 베아트리체를 자신과 자신이 흠모한 시모네타를 대비시켜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단테가 천국에 있는 베아트리체를 만나러 가는 것은 곧 자신이 시모네타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란 의미가 있는 것이죠. 낭만적이면서 참 슬프죠.
<신곡>의 지옥의 문에는 “이곳에 들어온 자여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아마도 단테는 희망이 없는 곳, 그곳이 곧 지옥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30대에 총리대신 직에 올랐던 단테는 당쟁에서 패하고 망명생활을 하며 언젠가 돌아올 희망을 가지고 신곡을 집필했을 것입니다. 스콜라 철학의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신곡>이외에도 향연, 속어론, 제정론 등을 망명생활 중 집필했습니다. 단테의 원래 이름은 ‘두란테(Durante)’인데, 그 뜻은 ‘참고 견디는 자’입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그의 삶을 잘 대변해주는 이름인 듯합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단테를 “최후 중세 시인인 동시에 최초 근대시인”이라 칭했다. 왜일까요? 모든 것의 기준이 신학, 오직 신만을 사랑했던 중세 시대에 <신곡>은 인간의 사랑을 표현했고, 이는 중세와 르네상스를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가 가져온 책은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김운찬 님이 옮긴 책입니다.
김운찬 교수님은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지도로 학위를 받으셨습니다. 지도교수가 움베르트 에코라니! 세상에, 너무 부럽습니다. 지금은 대구가톨릭대학교 프란치스코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십니다.
여러 출판사에서 신곡을 번역했을 텐데, 제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 때문입니다. 도레는 프랑스의 삽화가이자, 판화작가인데요. 그의 작품 덕분에 오로지 상상으로 떠올려야 하는 단테의 여정이 너무나 성스럽게, 때론 기괴하고 무섭게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이런 그림체를 싫어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한 때 미술학도였을 때, 도레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직접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 그의 상상력에 홀딱 반했었거든요.
오늘 단테의 신곡, 첫 시작 부분 인페르노 지옥의 1곡을 낭독하겠습니다. 낭독의 흐름이 끊기는 면이 있지만, 워낙 상징이 담긴 표현이 많아서 이해를 돕기 위해 주석도 함께 읽어드리고 몇몇 재밌는 잡담도 곁들이겠습니다.
저작권을 침해하면 안 되기 때문에 당연히 책을 너무 많은 부분을 낭독할 수 없겠지요. 여러분도 이 책을 구입해서 저와 함께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서너 차례 더 몇몇 부분을 낭독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자!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