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99.9%, 여러분도 저와 같은 평범한 시민일 거예요. 나 한 사람의 한 표가 과연 영향이 있을까요? 얼마 전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어느 정치인이 인사를 하더라고요. 선거 때에만 볼 수 있는 광경이죠.
한동안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적이 있어요. 어쩌면 정치인이라면 쳐다보기도 싫었고, 혐오감을 가졌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첫 투표를 1997년 군복무 중에 하게 되었는데, 투표권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설레었어요. 이후에도 내가 선택한 사람이 당선이 되기도, 내가 선택한 사람이 낙선이 되기도 했어요.
제가 정치인이라면 모두 삐딱하게 보게 된 이유는 무척 존경하고 좋아했던 대통령의 서거가 기점이었어요.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정치인이란 사람들은 ‘권력’이라면 악귀처럼 달려드는 별종들처럼 보였어요.
이런 생각이 바뀌게 된 건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에요.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 그네가 부서져 있으면 지나칠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을 갖게 되면서부터요.
장 자크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의견이 국가의 공적인 일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아무리 미약하다 할지라도, 자유국가의 시민으로 태어나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권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치에 대해 알아야 할 의무를 당연히 지닌다.”
루소의 이 말은 ‘나의 한 표가 비록 미약하더라도,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주권자로서 의무이며 권리’라는 뜻입니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국민주권 사상’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는 몇몇 사람도 정치를 하고 있어요. 선거일 전에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름 힘을 보탰지만 이후 4년 내내 인사 한 번 없었어요. 그러다 이번 선거에 앞두고 문자가 오기 시작하더군요. 정치인이란 그런 인간들이라는 걸 압니다.
그럼에도 다시 투표장에 가려고요. 비록 그 결과가 나의 뜻과 바람과 다를지라도. 내가 믿었던 사람이 낯을 바꾸어 신뢰를 저버릴지라도. 인권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투쟁해 온 숱한 희생 위에 주어진 권리임을 잊지 않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