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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의 언론인, 현실 세계의 언론인

언론사가 좋아하는 '언론인다운 언론인'은?

by 문현웅

미디어 속의 언론인들은 특종을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갈등이나 위험도 불사하고, 그런 리스크를 뚫고 뽑아낸 콘텐츠에선 강경한 자세로 보도를 견지하며 문제 있는 상대를 소리 높여 규탄하는 것이 보통이죠. 언론사는 과연 그런 '열혈 언론인'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아낄까요.


여러분도 머리로는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이죠. 기자도 사람이고, 언론사도 조직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냉정히 말하면, 일반적인 언론사는 물론, 공영방송까지 통틀어 생각하더라도 그 구성원은 법적으론 아무 특권이 없는 일반인에 불과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법과 규범을 어기면 암만 기자라 해도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피해를 보는 것은 기자 개인뿐만이 아니라 언론사 전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에서 그런 리스크가 있는 사람을 굳이 기용하길 원할까요?


또한 미디어 속 기자들은 목숨 건 취재를 통해 증거를 제대로 잡았다 하면, 상대를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로 강경한 톤을 써 가며 두들겨 패는데요. 현실의 언론인은 어떨까요? 언론인은 기본적으로 ‘팩트에 기반한 정보를 전하는 메신저’라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해야 합니다. 즉, 원칙적으로는 팩트를 보기 좋게 나열해 독자가 그것을 보고 바른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일 뿐, 이렇게 생각해라 이렇게 판단해라 하고 독자에게 훈수를 놓는 포지션이 아닙니다. 물론 언론 코너 중에도 ‘칼럼’처럼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단 거기는 여러분 같은 언론사 입사 지망 레벨에서 생각할 영역은 절대 아니니 일단 제쳐 두도록 합시다.


즉, 언론사는 적어도 저연차 시절엔 ‘팩트에 기반한 메신저’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인재를 뽑길 원할 따름입니다. 그것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합격률 또한 높아지기 마련이고요. 물론 기자가 ‘팩트에 기반한 메신저’로 일하는데도 언론사마다 논조가 달라진다는 것은, 앞선 글에서도 언급을 했었듯 상식의 영역이긴 합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되는 연유는 잘 알 것입니다. 팩트에 기대더라도 ‘팩트의 취사선택’에 따라 방향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다만 여러분 같은 초년병 기자 단계에서도 팩트 선별을 아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기본적으로는 여러분은 ‘모아 오는 역할’이 훨씬 강하고 ‘선택하는 역할’은 이른바 데스크 이상의 권한이라 봐야 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보여줘야 할 것은 ‘잘 모아 와서 잘 정리하는 역량’일 따름입니다.


그렇기에 언론고시 시험을 보는 단계에서부터 ‘팩트를 적극적으로 취사선택해 그 결과에 감정을 이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결코 유리한 전략이 아닙니다. 설령 그렇게 하는 취사선택과 감정이입의 방향이 지원한 언론사의 논조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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