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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과 작문의 차이?

분명 다르긴 한데 뭐가 다를까

by 문현웅

논술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글이 맞습니다. 팩트를 인과관계가 맞아떨어지도록 일관성 있는 글로 엮어서 여러분의 의사를 명확히 전하는 행위죠.


다만 여기에서 종종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언론사가 논술 시험에서 원하는 논리는 철학과에서 배우는 언어논리가 아닙니다. 다시 한번 강조드리건대, ‘팩트를 인과관계가 맞도록 일관성 있게 엮는 것’이 핵심입니다. 왜일까요? 기자는 기본적으로 ‘기사’를 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고 전개'보다는 '현상 추적'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언론고시에서의 논술은 ‘팩트와 데이터를 말이 되게 엮는 작업’이 메인이고, 여러분의 생각이나 의견은 그것을 연결하고 받치는 서브에 가깝습니다. ‘팩트와 데이터만 나열했더니 이런 결론이 나오네요?’ 그런 식의 전개를 보여 주는 것이 여러분이 어느 언론사를 가건 수십 년간 하게 될 작업입니다. 다만 그 팩트와 데이터가 모종의 취사선택’을 거칠 뿐이죠.


여러분이 흔히 생각하는, 언어논리에 입각해 조리 있게 사고를 전개하는 행위는 언론고시에선 논술보다는 오히려 작문 쪽에 훨씬 가깝습니다. 다만 그러한 작문이라 해도 ‘개인적 상념’과 '논리 놀음'에서 끝나 버리면 안 됩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언론은 기자건 PD건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입니다. 그렇기에 대중이 관심 가지는 사안에 대해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주장과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작문이라 해도 그 내용은 사회 현상, 거대한 이슈와 트렌드, 국가와 민족의 과제 등과 결부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논술은 두괄식으로 하더라도 작문은 두괄식에서 자유롭다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개인적으론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논술이야 두괄식인 편이 유리하고, 작문은 내용 면에서 두괄식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은 틀린 말까진 아닙니다. 다만 작문이라 해도 어쨌든 ‘눈길을 끄는 첫 문장’으로 시작은 해야 합니다. 첫 문장에 임팩트를 실어야 하는 만큼 사실상 실무적으론 두괄식과 다름없게 된다는 것이죠. 언론고시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작문 심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첫 문장을 보고 다음 문장을 보고, 그다음 문장을 보는 식으로 진행되죠. 그러한 상황에서 ‘흥미의 연쇄’가 끊어지거나 아예 시작 부분부터가 없다면 중후반부가 아무리 괜찮아도 심사위원이 제대로 읽어 주길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논술과 작문에서, 특히 논술에서 ‘뉘앙스’를 고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좀 더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내 생각을 드러내야 할지, 아니면 드라이하게 가는 편이 좋을지'를 정하기 어려워하는 것인데요. 논술을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생각은 분명하게 드러내도 좋으나, 중간 부분은 데이터와 팩트를 중심으로 그것을 전하는 뉘앙스로 분위기를 잡고, 마지막 문단은 쐐기를 박는 전문가 멘트나 부연 등을 꽂아 주는 편이 좋습니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데이터'와 '역사'가 증명하는 사고임을 분명히 짚어 주라는 것이죠.


다만 언론고시를 비롯해 논술 작문 시험을 준비하며 스터디나 과제만 해 봤던 학생들이 실전에서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는데요. '오픈북' 문제입니다. 스터디나 과제는 오픈북 상태이기 때문에 명언이나 통계 등을 인용해 쓰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 언론고시 논술이나 작문에 들어가면 그런 것을 외워서 써야 합니다. 익숙지 않은 상황에 처하면 당황하기 쉽고, 당황에 빠지는 순간 시험은 패착을 맞이하기 십상입니다. 데이터나 명언을 차라리 아예 까먹었으면 오히려 낫습니다. 어설프게 기억했다가 틀리게 쓰면 그만한 대참사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논술과 작문을 대비하는 때에는 애초에 연습할 때부터 ‘보지 않고’ 쓰는 연습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실전 시험에서 인용하고픈 무언가가 확실하지 않으면 차라리 안 쓰는 것이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평소에 많이 보고 많이 읽어 두며 기초 지식을 탄탄히 다져 두는 것이야말로, 그러한 참사를 방지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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