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서는 잘 모르는 언론 내부의 분위기
문화부가 나쁘다는 소리는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문화부를 정말 가고 싶었을 정도입니다. 다만 ‘초심자가 따라 할 곳’은 아니라는 의미일 따름입니다. 문화부는 이미 기본기를 다 떼고 자신만의 기교와 스타일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입시미술을 배우는 단계에서 피카소 후기 작품을 레퍼런스로 삼으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죠.
그럼 어디를 참고로 삼으면 좋을까요. 종합지 기준으로는 정치부와 사회부, 경제지 기준으로는 경제부와 산업부입니다. 회사의 얼굴이 되는 기사거나,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부서들이죠. 그러한 만큼 사내외에서 보는 눈도 많고 간섭하는 사람도 허다한 섹션들이라, 각 회사 나름대로는 철저한 정제를 거치고 또 거친 작품들이 기재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PD는 어떠할까요? 마찬가지로 방송사마다 알음알음 회사의 간판 프로그램이나 육성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작품 혹은 부서가 존재할 것입니다. 그런 곳들이 각 회사의 표준 모델이라 생각하고 연구에 매진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참고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언론고시 준비생 중에서는 지망하는 회사에 '롤모델 언론인'을 정해 놓고 그를 본받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분들이 종종 눈에 띄는데요. 언론계의 특성만은 아닐 것입니다만. 아무튼 언론계에선 바깥에서 유명한 사람이 내부에서는 평이 굉장히 나쁜 경우도 생각보다 흔한 편입니다. 반대로 바깥에서는 악평이 자자한 기자가 언론사 조직 내에선 굉장히 인정받는 경우 또한 빈번하고요.
진짜 심각한 함정 카드가 바로 ‘전문기자’입니다. 조선일보를 예로 들면, 조선일보에 역대로 전문기자 타이틀을 단 사람은 적지 않지만, ‘진짜 전문기자’는 다섯 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평이 암암리에 존재했습니다. 나머지는 무엇이냐. 더 이상 승진시킬 만한 역량이나 리더십은 없는데 한참 후배인 차장 혹은 부장급들과 동격으로 두기 뭣해 '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줬다는 것이죠. 바깥에서 인식이나 대우가 ‘전문가’인 것과는 완전히 딴판인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전문기자 ㅇㅇㅇ을 제일 존경한다’고 하면, 지목할 인물을 잘못 택했을 경우, 언론인을 지망한다는 인간이 ‘우수한 기자’를 보는 눈은 전혀 없다는 인상을 주기 쉽습니다. '진짜 전문기자'는 드문 만큼 잘못 택할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은 당연지사고요.
물론 바깥에서야 그런 사정을 알기 어렵긴 합니다. 하지만 현역 언론인들은 이른바 '언론인 지망생'을 평가할 때 ‘일반인들은 몰라도 기자 되겠다는 놈들은 그런 사정을 알아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방송계도 다르지 않습니다. 바깥에서 보기엔 ‘자유롭게 방송 만드는 원로 PD’로 인식되는 인물이 실제로는 승진 레이스에서 밀려서 리더 보직을 못 받고 튕겨 나간 상황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면접관이 혹여나 '존경하는 언론인'을 묻는다면 어떤 답변이 안전할까요? 질문하는 언론사의 주필이나 고문을, 그것도 ‘현역’을 지목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필이나 고문이 없는 작은 언론사라면 편집국장이나 보도국장 정도가 안전선입니다. 적어도 조직 내에선 어떻게든 인정을 받은 사람이라 그러한 고위 요직에 있는 것일 테니 말이죠. 그리고 편집국장이나 보도국장의 가장 강한 권한이 ‘인사권’ 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즉, 여러분들의 심사위원을 맡은 부장급들은 편집국장 혹은 보도국장이 배치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할 테니 그들이라면 어지간해선 편집국장이나 보도국장과 척을 지지는 않았겠죠.
‘현역’이어야 하는 이유는, 의외로 언론사에선 주요 보직자가 회사와 끝을 안 좋게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MBC와 손석희 사장, 한국경제와 정규재 주필, 중앙일보와 김진 논설위원, 조선일보와 강효상 편집국장 등 대중에게 알려진 실제 사례 또한 드물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