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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논술 작문 기술

이것만 기억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by 문현웅

아주 기본적인 문장 구성법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느 언론사건 공통으로 적용되는, 대학 시험으로 치면 '입시미술' 같은 기본 템플릿입니다.


1) 각 문장은 주어 하나에 술어 하나로만 구성

2) 하여->해, 되어->돼

3) 같은 어미 반복(이를 테면 이어지는 문장에서 ~했다, ~했다 반복) 가급적 피하기

4) 만연체보다는 간결체. 객관적인 숫자나 표현


1)은 읽는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쓰기 위해 문장 구조를 단순화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고요. 2)는 신문의 특성과 관계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지면이라는 공간적 한계' 때문에 신문사는 글자를 하나라도 줄이려는 방향으로 글 테크닉을 발전시켰고, 그 여파로 줄일 수 있는 표현은 최대한 줄이는 습관을 함양하게 된 것입니다.


3)은 가독성과 연관 있는 문제입니다. 반복을 지나치게 거듭하면 읽기에 거슬리고 어감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 보고 있던 문장을 어느덧 헷갈릴 위험도 있습니다. 4)는 문장 이해를 쉽게 해 주는 동시에 '팩트 추구'와도 닿는 문제입니다. 주관적인 표현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쓰는 편이 훨씬 더 팩트에 가까울뿐더러 설득력도 배가해 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실전에서 조심해야 하는 '잘못 쓰기 쉬운 어휘들'


'피로회복'.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피로회복이라는 표현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피로 0%에서 회복해 100%로 만든다니,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요? 암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식으로 뜻이 통하더라도 언론인은 글을 그렇게 쓰면 안 됩니다. 맞는 표현은 ‘원기회복’이나 ‘피로해소’입니다.


'모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모순'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됐다는 취지는 아니고요. 사용할 때 잘못 활용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를테면 '구제도의 모순'이라는 표현이 있죠. 18세기 즈음 프랑스에서는 전 국민의 2%밖에 안 되는 1, 2계급이 관직과 토지의 40%를 독점한 불공정 상황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그런데 생각해 봅시다. 이게 '모순'이라고 표현되는 것이 옳을까요?


모순은 아예 ‘양립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해야 합니다. 모든 창을 막는 방패와 모든 방패를 막는 창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앙시앵 레짐은 엄연히 존재했던 체제입니다. 이건 아니다 싶을 수는 있을지언정 현실적으로 존재 불가능한 체제는 전혀 아니었으니 ‘모순’이라는 표현에는 전혀 맞지 않죠. 올바른 표현은 다름 아닌 ‘부조리’입니다. 존재는 할 수 있어도 불공평하고 비합리적인 것이니 이 쪽이 훨씬 합당하지요. 즉, 비록 일상에서는 흔히 쓰는 표현일지라도, 언론인이라면 ‘부조리’를 써야 할 곳에 무심코 ‘모순’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죠.


그 밖에도 '안전사고'나 '난이도가 높다' 등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말이 되지 않는 표현들이 우리네 일상엔 드물지 않습니다. 언중(言衆)이야 그렇게 써도 뜻만 통하면 큰 문제가 없겠으나, 언론인은 조금 더 엄격한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겠죠. 하물며 언론인이 되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며 평가를 받는 단계에서는 더더욱이나 말입니다.


두괄식, 그리고 두괄식의 두괄식


언론고시 글쓰기에서 두괄식을 쓰라는 말은 지겹도록 들었을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부연을 하자면요, 언론고시 논술 전개에는 기본적인 뼈대가 있고, 문단마다 대강의 역할이 존재합니다. 그러한 문단들을 제각각 두괄식으로 구성하고, 그 두괄식으로 뽑은 각 문단에서 또 두괄식처럼 제일 중요한 것을 내세운 것이 ‘제목’으로 가는 구조를 잡아, 궁극적으로는 '두괄식의 두괄식'을 만들어 나가면 됩니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뼈대란 무엇일까요? 바로 아래 예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런 '뼈대'를 잘 써먹는 방법은, ‘스터디 때 다양한 주제로 뼈대와 본문을 써 두고 실전에서 그것 중 하나를 레퍼런스로 가져는 것’입니다. 이른바 '언론 스터디'의 가장 큰 효용은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지망생 내지 탈락자'만 모인 스터디는 언론고시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 만큼 들이는 시간 대비 효율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그럼에도 스터디의 쓸모가 있다면 이와 같은 '뼈대 레퍼런스'를 반강제적으로 만들 기회가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1문단) 주장하는 바
2~3문단) 주장하는 바에 대한 주된 근거
4문단) 반론에 대한 언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5문단) 재반박
6문단) 쐐기를 박는 마무리 부연

각 문단은 주장+근거(+부연)


이러한 구조에 익숙해지기 위해선, 신문에서 '스트레이트' 못지않게 '피처 기사'를 많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언론 논술은 따지고 보면 피처 기사와 형식이 제법 유사한 편이거든요. 기사와는 달리 논술이나 작문은 첫 문단에 ‘현상을 보여주기’보다는 ‘주장’이 비교적 선명하게 들어간다는 차이 정도는 있지만요.


‘절대 하지 마라’는 작문 방식, 정말로 하면 안 되는 것일까


일부 논술 작문 혹은 언론고시 강사는 거의 교조적이다 싶을 정도로 '피동태, 수동태, 의 or 에, 번역체' 등을 쓰지 말라고 강조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그런 주장이 원칙상으로는 아주 틀린 말까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한정된 시간에 일정 이상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논술 및 작문 응시생이나 언론고시 응시생에겐 좋은 조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막상 해 보면 저런 원칙을 지켜 가며 글을 바꾸기가 정말 쉽지 않고, 심지어는 억지로 없애려다가 글이 오히려 더 이상해지기도 하거든요. 이를테면 ‘칼의 노래’, ‘상실의 시대’, ‘생의 한가운데’에서 ‘의’를 빼고 말을 만들라 하면 원문보다 깔끔한 것이 나올까요?


'원칙적으로는 안 되는 것'과 '수험에서 유용한 것' 사이에는 다소간의 간극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 선생님마저도 '고교 교육과정 바깥에 있는 정리지만 쓰면 유용한 도구'로 소개했던 '로피탈의 정리'를 생각해 보시죠. 로피탈의 정리를 쓰면 개념 이해보다는 문제 풀이에만 익숙해져 교육의 궁극적 목표인 '수학적 감각의 함양'을 상실하기 쉽다는 부작용이 존재합니다만(로피탈의 정리를 썼다가는 오히려 계산이 꼬여 버리는 문제가 적잖은 것도 문제지만요). 당장 시험을 치르는 학생 입장에서 그게 중요한 문제겠습니까? 응시를 시작한 이상 현실적인 궁극의 목표는 '합격'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그렇기에 실전에선 '피동태, 수동태, 의 or 에, 번역체' 등을 없애겠다며 글 꼬이고 시간을 잡아먹히느니 그냥 무시하고 나아가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가졌다’, ‘하기로 했다’ 같은 너무 노골적인 데다 수정하기도 쉬운 번역체 정도만 고쳐 주면 충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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