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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가 되고 싶다고요?

면접에서 '어떤 언론인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by 문현웅

저번에도 잠깐 다루었던 주제긴 하지만, '전문기자'나 '전문PD' 이야기를 면접과 결부해서 조금만 더 풀어놓도록 하겠습니다. 자기소개서 작성 혹은 면접 단계에서 언론인이 되고 싶은 이유로 이른바 ‘전문기자’나 ‘전문PD’가 되고 싶어서라는 이유를 대는 지망생이 꽤 많은데요. 설령 그것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진짜 목표가 맞다 해도 언론고시를 '뚫는' 과정에선 내세우기에 썩 좋은 전략은 아닙니다.


언론고시는 엘리트 조직에서 간부후보생을 뽑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20~30년 후엔 부장 이상을 맡을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해 육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론사에서 부장이란 어떤 존재일가요? 차장 이하에서 경험할 수 있는 주요한 업무를 두루 거치고 역량을 입증한 인물입니다. 이것은 기자나 PD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전문기자’나 ‘전문PD’가 되고 싶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면접관 입장에선 ‘내가 하고픈 분야만 파고들겠다’는 뉘앙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것은 언론판을 몸소 겪어 보기 전엔 사소한 요소로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실제 필드에선 생각보단 심각한 문제입니다. 기자 중엔 인사철마다 본인이 원하는 보직이나 출입처만 고수하겠다고 드러눕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본인이 원하던 분야에서 특출난 성과를 내거나 역량을 발휘하면 차라리 낫습니다. 하지만 고집부려서 앉은자리에서 1인분도 못하는 기자 또한 업계엔 널리고 널렸습니다. 이런 인사 리스크를, 언론고시로 인재를 선발하는 단계에서부터 회사가 굳이 짊어질 필요가 있을까요?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에는 생각보다 변호사나 약사 등 전문직이 많이 응시를 하는데도, 그들 중 선발되는 인물은 거의 없다시피 한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상식적으로 그들이 인재로서 부족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전문직 종사자들인데 말이죠. 다만 ‘뽑은 뒤가 문제’라 선발을 주저하는 것일 따름입니다. 변호사는 법조 쪽에만 있으려 하는 경향이 강할 것이고, 약사는 보건 쪽에만 있으려 할 가능성이 아무래도 큽니다. 당연히 자기가 전문성이 있는 분야에 있어야 일하기도 좋고 성과도 또한 우수할 테니까요. 더군다나 이런 사람들은 여차하면 퇴사할 가능성도 일반 지원자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여러 모로 조직의 인사운영과 유연성 발휘에 상당한 방해가 됩니다. 조직 내에서 특정 분야 전문기자를 원해 뽑지 않는 이상 여러 모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또 다른 이유로는, 지원자가 ‘전문기자’나 ‘전문PD’가 되고 싶다는 분야가 회사에서는 중요한 보직일 가능성이 매우 적습니다. 여러분은 언론고시 준비를 하면서 ‘정치전문기자’나 ‘산업전문기자’, ‘경제전문기자’를 맡은 유명 기자를 몇이나 들어본 적 있습니까? ‘정치전문PD’, ‘산업전문PD’, ‘경제전문PD’는 또 어떠한가요? 그런데 여러분도 알다시피, 특히 종합지에서는, 언론계 최중요 포지션은 정경산(정치, 경제, 산업)입니다. 즉, 중요 보직에는 애초에 전문기자랄 것이 없다시피 하고, 정작 언론고시 지망생들이 흔히 되고 싶다 하는 전문기자 보직은 ‘군사전문기자’, ‘스포츠전문기자’, ‘문학전문기자’, ‘음악전문기자’ 등입니다. 대다수는 언론사에선 냉정히 말하면 ‘외곽 보직’이죠. 자아실현 하겠다며 언론사에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자리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좋게 볼 턱이 있을까요?


그렇기에 서류 단계에서건, 면접 단계에서건 ‘어느 분야 전문기자 혹은 전문PD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언론사는 최소한 신입 공채 단계에서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최종면접때 합격하면 어느 부서에서 일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사회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사회학을 복수전공했으니 사회부에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면접관들이 살짝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야 했지만 아무튼 합격엔 지장이 없었습니다. 차라리 그런 답변이 낫다는 것입니다. 기자로서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며 역량을 쌓는 동시에 적성을 찾아가고 싶다, 그 정도 답변만으로도 무난할 것입니다. 실제로 언론고시 출신 신입은 그렇게 굴리는 것이 보통이고, 그렇게 굴리기 위해 뽑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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