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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마무리하며, 언론인이 되기 위해 준비할 것들

마음가짐부터 다르게

by 문현웅

언론고시 전형 기간엔 아무리 바빠도 꼭 해야 할 일

응시한 언론사 기사와 방송 프로그램만큼은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챙겨 보셔야 합니다. 채용 심사위원은 부장급 이상이고, 기사와 방송은 그들의 관할 하에 만들어지는 작품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죠.


실제로 제가 조선일보 채용전환 인턴전형으로 다니던 때엔 8주에 걸쳐 매주 논술 및 작문 시험을 보고 간부진 채점을 받았는데요. 둘째 주 즈음에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으로 논제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일반 상식 분야가 아닌 근래의 특정한 이슈라, 관련 보도를 보지 않았으면 한 줄도 쓸 수 없는 주제였죠. 그리고 실제로 인턴 20명 중 3명 정도가 ‘관련 보도를 보지 않아 작문 응시가 불가하다’며 다른 주제를 요구했습니다. 회사 측에선 일단 그때엔 그들에게 다른 주제를 주긴 했습니다만. 그 셋 중 단 한 명도 최종 합격은커녕 정규직 전환 심사 면접 단계까지도 가지 못했습니다.


비단 제가 겪었던 인턴 전형뿐만 아니더라도, 언론고시 과정에는 논술이건 작문이건 현장평가건 면접이건 어느 지점에선가는 분명 최근에 이슈가 됐었던 사건이 문제로서 나올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리고 당연지사로 그러한 사건은 언론사에서 다루지 않았을 리가 없고요. 그렇기에 언론고시 전형 기간에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그 언론사 간부진의 작품인 '기사나 방송'을 주의 깊게 봐 두어야 합니다. 해당 사안에 대한 언론사의 입장은 물론 개별 간부의 견해도 속속들이 파악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내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철저히 구분하는 자세


초심자들이 많이 놓치는 것인데요. ‘~에 따르면’과 ‘(나는)~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뉘앙스가 천지차이입니다. 현업 기자들이 괜히 ‘전문가 멘트’ 한 줄 따 보겠다고 오후 내내 전화를 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논술과 작문 단계에서는 기사보다야 본인 생각이 더 두드러질 수 있지만요. 아무튼 실전에서는 ‘주장+근거’ 구조에서 ‘팩트에 기반한 근거’에 무게추를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관행적인 비유나 과장도 언론사 시험에서는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가령 ‘검은 물체가 눈에 띌 때마다 사람들은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었다’는 표현은 일상에서도 왕왕 쓰는 관용적 표현이지만, 언론사에서는 이런 질타가 날아오기 마련입니다. “검은 물체를 보고 실제로 경기를 일으킨 사람이 하나라도 있기나 해?" 그리고 자연스레 점수가 깎여 나가고요.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제가 인턴 8주 기간 동안 논술 및 작문 평가를 받으며 겪었던 일입니다. ‘내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과 ‘실제 벌어지는 일’은 철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진실 앞에, 독자 앞에, 시청률 앞에 겸허할 수 있는 사람

언론인의 사명 같은 거창한 문제 때문이 아닙니다. 조직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기자를 새로이 뽑는다는 것은 언론사에서 어떤 의미겠습니까. 회사를, 기자 선배들을 대리해 현장을 누비며 취재하고 1차적 판단을 내릴 사람을 선발하는 것입니다. 언론고시는 그런 과정입니다. 그러한 때에 믿을 수 없는, 그러니까 자신의 사상이나 신념, 지향이나 편견 등에 따라 팩트를 왜곡하는 ‘수족’을 뽑고 싶을까요? 더군다나 왜곡된 정보에 기반해 보도가 나갔을 때 결국 비난받고 수습에 나서야 하는 주체는 선배들이고 또 조직 전체입니다.


또한 언론사는 스스로가 아무리 부인할지언정, 근본은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일 따름입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돈을 벌지 않으면 운영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KBS마저도 돈이 없고 적자가 쌓이면 국회와 국민 눈치를 보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위해선 독자나 시청자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구독률과 시청률 앞에 겸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자세 없이 ‘자기 예술’을 하려는 사람은 조직 운영에 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개적으론 하기 뭣한 농밀한 이야기를 빼고 나니, 생각보다 연재가 빨리 마무리 됐습니다. 나름대로는 경험에 기반한 팁이라고 휘갈겨 놓았습니다만. 읽어 주시는 독자 분들 입장에서는 어떠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언론고시가 흔히 '시험범위가 없는 시험'으로서 악명이 높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전반을 관통하는 경향이나 기조는 이래저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제 글이 여러분들께서 그러한 '맥'을 짚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모두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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