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iz n Tech

AI가 다듬어준 자소서, 오히려 '스펙'이라고?

by 문현웅

오랜만에 글로 인사드립니다.


실은 올해 여름 즈음부터 조선일보에서 칼럼니스트 활동 제안을 받아

과학 기술 분야를 주제로 한 'Biz&Tech' 코너 연재를 시작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여러 일이 겹치며 독자분들께 상황을 바로 알리지 못했습니다.

기다려 주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담아 사죄드립니다.


앞으로는 뜸하게나마, 조선일보에 4주에 1~2회 정도 연재 중인 칼럼을

이 공간에도 옮겨 적으며 이따금 생존을 알리고자 합니다.

더불어 올해 연말인 12월 중순 즈음에는, 생성형 AI를 주제로 한 책으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차마 많은 관심까진 청하지 못하더라도, 한 번쯤 스치는 기억에 담아 주시길 감히 바래 봅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늘 잘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지원자께서 제출해 주신 이력서를 챗GPT로 분석한 결과물입니다. 수정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최근 이직이나 커리어 관리를 위해 헤드헌터와 이따금 소통하는 분들이라면 이 같은 내용의 회신을 받는 일이 부쩍 늘었을 것입니다. 지원자의 강점과 약점 요약과 더불어 상세한 보완 필요 사항 지적이 주된 내용입니다. 챗GPT를 잘 다루는 헤드헌터라면 합격 확률을 높이기 위한 면접 전략까지 분석해 자못 상세히 안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지원자가 손수 작성했던 바 없는 자기소개서를, 이력서와 경력 기술서를 재료 삼아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려 대신 써 주기도 합니다.


물론 헤드헌터를 거치기에 앞서 지원자 스스로 생성형 AI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정리하는 모습도 요즘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인, 자소설닷컴, 코멘토 등 취업 플랫폼 다수는 AI 기반의 자기소개서 첨삭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특히 젊은 구직자들은 AI를 즐겨 쓰는 편입니다. 지난 5월 채용 플랫폼 캐치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출생한 구직자 2012명을 대상으로 ‘자기소개서 작성 시 AI 활용 경험’을 설문한 결과, 91%가 AI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일러스트=김의균·CGIG


자연어 AI 전문 기업인 무하유는 지난해 한 해 자사 설루션을 사용하는 업체에 제출된 자기소개서 89만건을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를 활용했다 의심되는 소개서가 48.5%에 달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AI 대필’이 확산하면서 기업들도 옥석을 가리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 중입니다. 딜로이트나 KPMG 등 글로벌 회계 법인들은 지원자들에게 지원서에 생성형 AI를 활용하지 말 것을 경고했습니다. 무하유의 ‘GPT킬러’나 미국의 ‘턴잇인’처럼 생성형 AI의 흔적을 잡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선 생성형 AI로 자기소개서를 윤색하는 능력을 오히려 일종의 ‘스펙’으로 간주하는 기업도 있다 합니다. 지난 12일 구인·구직 플랫폼 인크루트가 인사 담당자 153명에게 지원자의 생성형 AI 활용 능력을 스펙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전체 응답자 중 56.2%가 ‘그렇다’고 답변했습니다. 심지어 응답자 중 29.4%는 자기소개서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것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이유로는 ‘지원자의 기술 활용 능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줘서’(68.9%·복수 응답)가 가장 많았고, ‘입사 후 업무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 같아서’(46.7%), ‘지원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서’(35.6%)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다수 기업에서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앞선 인크루트 조사에선 응답자 중 96.7%가 회사 업무에 생성형 AI를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력서 사진을 탁월하게 꾸며 낼 수 있는 지원자가 디자인 기업에선 매력적일 수 있듯, 생성형 AI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는 풍토에선 자기소개서 작성에 AI를 능숙히 쓰는 구직자가 오히려 돋보일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원문은 2025년 7월 25일자 조선일보 지면에 기재된 칼럼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