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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엠히 Feb 24. 2017

피시 앤 칩스는 가라

여행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맛집 실패담



 누군가 영국 음식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어렵지 않게 피시 앤 칩스를 떠올릴 것이다. 두툼한 흰 살 생선 튀김과 큼직한 감자튀김을 타르타르소스에 곁들여 먹는 음식. 하지만 생선요리나 튀김요리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고는 자주 먹기는 힘든, 조금 느끼한 피시 앤 칩스.


 그래서인지 '영국에는 맛집이 없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영국에는 정말 맛집이 없을까, 영국에 맛집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혹 영국에 머무는 동안 느끼한 피시 앤 칩스만 먹은 것은 아닐까. 영국도 똑같이 사람이 사는 곳인데 피시 앤 칩스만 먹고 살 리가. 여행지로도 유명한 영국인데 맛집이 없을 리가.


 그렇다면 영국의 맛집은 어디일까.





 트립어드바이저와 같은 어플을 쓰지 않고 구글 지도만 봐도 영국에서 맛집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여행할 때 구글 지도를 가장 유용하게 쓰는데,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아주 간편하게 체크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고 싶은 곳을 체크해 놓고 그 장소에 가야 할 때는 내비게이션만 활성화하면 되니, 여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기능 중 하나다. 특히 식당의 경우에는 전 세계의 구글 지도 이용자들이 후기를 남기기 때문에 굳이 다른 어플을 켜서 후기를 찾아볼 필요가 없다.





 또한 지도 기능이 메인이기 때문에 내가 이동해야 할 랜드마크 주변의 맛집을 찾는데 제격이다. 이곳 오토렝기(Ottolenghi) 역시 사치갤러리에 가기 전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찾게 된 지중해식 *델리카트슨이었다.


 *델리카트슨(Delicatessen)은 샐러드와 샌드위치, 소시지 같은 육가공식품과 치즈처럼 간단한 조리 식품을 파는 가게를 일컫는다.






 벨그라비아의 오토렝기는 손님에게 입구에서부터 황홀함을 선사한다. 동가홍상이라고 하지 않던가. 알록달록한 자태의 디저트와 빵들이 더 먹음직스럽게 다가온다.





 이곳 오토렝기의 테이블은 그리 넓지 않다. 매장의 가장 깊숙한 곳에 원탁 하나가 놓여있고 사람들은 그곳에 둘러앉는다. 자세히 보니 매장의 밖에도 자리를 마련해 놓았지만, 비가 내린 탓에 그곳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내가 알고 온 오토렝기는 빵뿐만 아니라 다양한 샐러드가 있는 곳이었는데, 그래서 사치갤러리에 가기 전 샐러드로 아침식사를 해결하러 온 곳이었는데. 샐러드가 보이지 않는다.





 왜 샐러드가 보이지 않냐고 물을 수는 있지만, 그들의 대답을 알아들을 자신이 없다. 왠지 장황하게 설명할 것 같단 말이야, 그것도 영국식 발음으로.


 '어머, 샐러드가 왜 없지, 이상하네' 


 엄마의 눈치를 슬쩍 보고 따뜻한 차와 빵이나 먹어야겠다고 넌지시 말을 건넨다.





 '샐러드 판다며. 고작 이 빵 쪼가리 먹자고 여길 찾아왔냐'


 런던 로컬인 옆 손님들은 한국말을 못 알아들을 텐데도 엄마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잘근잘근 말을 씹으며 욕을 한다. 아니 그렇다고 죄 없는, 저 사랑스러운 빵들을 그렇게 경멸하는 표정으로 봐도 되는 건가요.





 딸은 이 상황이, 엄마의 반응이 그저 재밌다.


 '아니, 원래 여기가 이런 곳이 아니라니까? 원래는 샐러드도 있는 곳이야. 그런데 나도 여기가 지금 왜 이런 빵 밖에 없는지 모르겠어. 없는 걸 어떡해. 어머 빵이 참 예쁘네'


 아직도 내가 간 오토렝기에 샐러드가 왜 없었는지 알 수 없다. 아쉽지만 내가 런던에서 가장 기대했던 오토렝기 델리카트슨은 그렇게 예쁜 빵을 파는 빵집으로 끝이 났다.





 다음은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다는, 그래서 영국 치킨 맛집으로 유명한 난도스 치킨이다. 그렇게 맛있다고 난리들이길래 갔는데. 그런데,





 도저히 좋은 말이 나오지 않아. 1인 1닭은 우스운 내가 치킨을 남기고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곳으로 정리해야겠다. 나는 그 좋아라 하는 치킨을 왜 남겼을까, 엄마의 욕을 덤으로 먹어 배가 불렀나.


 이쯤 했으면 되었다. 이제는 안전하게 햄버거로 가야겠다. 더 이상 여행지에서 맛집 실패를 원치 않는다면 햄버거집 문을 두들기자. 햄버거는 맛이 없기 힘든 만국 공통식 아닌가.





 쉑쉑 버거가 한국에 상륙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강남에 가면 여전히 줄이 돌아 돌아 똬리를 튼 광경을 볼 수 있다. 정말 다행인 건, 나는 쉑쉑 버거 강남점이 문을 열기 전 런던에서 먹고 왔다는 것.


 역시나 햄버거답게 실패는 없다. 하지만 한국에 온 후 한 번도 쉑쉑 버거 강남점 앞에 줄을 선 적은 없는 나다. 실패할 확률이 낮은 만큼, 혁신적인 맛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햄버거니까.


 그런데 한 번씩 생각나는 햄버거가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즐겼다는 파이브 가이즈. 쉑쉑 버거와 함께 *미국의 3대 버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곳.


 *미국의 3대 버거는 쉑쉑 버거, 파이브 가이즈, 인 앤 아웃이 있다.






 '으, 이 꽉 찬 속 좀 봐'


 파이브 가이즈는 일반 햄버거집과는 주문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바로 햄버거의 재료를 취향껏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나는 가리는 것도 없을뿐더러 다양한 식감을 선호하기 때문에 다 때려 넣기로 했다. 모든 재료를 넣고 싶다면, Everything 혹은 All the way!





 너무 맛있어서 눈이 풀렸나. 파이브 가이즈의 햄버거는 접시에 올려 썰어먹어도 무리가 없을 스케일이었다. 또 재료들의 맛과 식감이 얼마나 잘 느껴지던지, 눈이 풀릴 정도로 맛있는 햄버거였다.


 낯선 여행지에서 찾아간 맛집이 내 마음에 꼭 들기보다는 그렇지 않을 경우가 더 많다. 그래도 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맛집에 도전한다. 익숙하고 편한 집에서 떠나온 우리인데 맛집에 실패할 것이 대수랴. 맛에 실패했다면 손을 털고 햄버거 가게로 향하면 될 것이고, 맛에 성공 한다면 눈 풀릴 정도의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 앞으로도 우리의 여행에 맛집 실패담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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