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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엠히 Mar 02. 2017

사진은 애정의 척도

런던의 마지막 밤은 타워브리지에서



 나를 찍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예쁜 모습뿐만이 아니다. 턱이 두 개로 접힐 때의 모습이라던가, 입을 아주 크게 벌리고 웃는 사진, 눈을 희번득하게 뜨고 있는 나의 모습도 상관없다. 웃음을 꾹 참으며 나의 엽기적인 순간을 담는 친구들이 야속하기는커녕 고맙기만 하다.


 나의 어떤 모습을 담았나 가끔 사진을 보여달라고 할 때면 친구들은 사진을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나는 지울 생각이 없는데 사진을 지울까 봐. 아무리 나를 조롱하려 찍은 사진이어도 나는 그 사진에서 그들의 애정을 느끼는데 말이다.





  런던에 가기 전 나는 어떤 런던을 상상했을까. 런던의 어떤 모습을 담고 싶었을까 생각해보면 보랏빛을 은은하게 내는 타워브리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찬란했던 타워브리지 덕에 가장 애정 있게 담아온 런던 사진은 바로 이곳에서의 사진이다. 그런데 내가 찍은 타워브리지 사진뿐만이 아닌, 내가 담긴 사진에도 애정이 가득하다.





 비록 초점은 잘 맞지 않더라도,





 

 엄마의 사랑이 담긴 내 사진들.


 엄마가 찍어준 내 사진들에는 그 누가 찍어준 사진보다 깊고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있었다. 타워브리지 앞에 앉아 해지는 것을 기다리며 잠시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니, 무료했던 엄마가 담은 내 모습들. 내 옆의 카메라를 집어 들고선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정면에서 내 사진을 마구 찍어댄 결과물이었다.





 길었던 친구와의 통화를 마치고 이동하려 하니 엄마는 내가 금방 일어선 자리에 앉는다.


 '야, 나도 찍어줘야지'


 엄마는 나를 찍으며 이 구도가 꽤 마음에 들었나 보다. 살짝 감동받으려던 찰나,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한 우리 엄마였다.





 원금보다 이자가 비싼 격의 기브 앤 테이크를 행하고 있으니 중년의 부부가 내게 사진을 부탁해온다.





 카메라를 든 나를 보며 미소 짓는 그들을 찍고 있노라면, 그들의 다정한 모습에 덩달아 행복해진 내 마음을 담아 찍어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애정 어린 내 시선이 그들의 카메라에 잘 담겼을까.


 온 마음을 다해 그들을 담아주는 나, 그리고 그런 나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는 우리 엄마. 애정 없이 이런 사진은 절대 나올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일 것이다.






 저 멀리서 보랏빛을 발하던 타워브리지에 오르니 그 빛이 더하다. 보랏빛 속에 내가 들어가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런던에서 어느 장소가 가장 좋았냐고 묻는다면 단연 이 타워브리지라고 대답할 이유가 이곳에서 생겼다.






 한참을 타워브리지를 서성이니 꽤 늦은 시간이었나 보다. 조금이라도 더 담으려 미련을 떨다 보니 어느덧 조용한 런던의 거리.


 누군가에게 행복한 마음을 담아 사진을 찍어주고엄마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내 사진을 남겨온 곳. 그래서인지 내게 더 따뜻하게 남은 타워브리지.


 런던에서의 마지막 밤은 타워브리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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