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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박하며화려한 Jan 09. 2020

책방은 동네를 품는다-수원 책방 서서림

쓰는 생활

 입고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살고 있는 수원지역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서서림. 독립출판물들을 파는 서점의 세계를 알고 나서 간절했던 것은 집 가까운 곳에 작은 서점 하나 있었으면 하는 점이었다. 책을 꼭 사러 들르지는 않아도 무언가 쉬어가고 싶을 때 잠시 들어갈 수 있는 따뜻한 느낌이 좋아서였다. 매출 앞에서 사장님과 나의 입장은 다르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겠지만.

  서서림은 깨끗한 외관만큼이나 책방 사장님의 인상도 그러하다. 동그란 안경이 잘 어울리는 깔끔한 인상의 그녀는 두리번거리는 나에게 어떤 책을 찾으시냐고 먼저 묻는 타입이었다. 요즘 화장품 가게들은 바구니의 색에 따라 말 걸어주세요와 걸지 마세요가 나뉜다 하는데 책방의 세계도 그렇다. 편히 볼 수 있게 무관심한 분도 있고 말을 걸어주시는 분도 있고 아니면 인사 외 필요한 말만 하시는 분들도 있다.

 책방 주인장님의 태도에 있어서 특별히 선호하는 타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 홀로 천천히 둘러보았다. 작은 책방의 안에는 사람들이 여럿 있어 조금 놀랐다. 아기띠를 한 엄마도 있고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그림책을 보는 분들도 있었다. 반달공원이란 이름의 공원을 끼고 드문드문 커피숍이 있는 주택가에 들어서서 걸어왔던 길을 떠올려보니 이유를 알듯했다. 아, 여기 학교 주변이구나.

 오는 길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유치원도 있었다. 엄마들이 많은 지역에 콕 박혀있는 작은 서점은 그 특색 또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특이한 형식의 그림책들이 많았고 엄마들의 독서생활을 다룬 책도 있었다. 그리고 독립 서점답게 다수의 독립 서적들도 있었다.

 ISBN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책들. 접혀있거나 펼치면 그림이 될 개성 넘치는 책들. 이런 형식의 책들도 있음을 엄마들에게 알리고 있을 책방의 역할을 생각하니 기분이 괜히 뿌듯했다. 이런 책도 있다고 감탄하며 오가는 대화들을 듣고 있다가 곁눈질로 힐끔힐끔 보기도 했다. 독립 서적들은 아직은 젊은 세대에게 더 익숙한데 이런 책들을 아는 사람들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사들고 그냥 나가려다가 명함과 함께 인사를 했다. 입고가 되지는 않았지만 슬쩍 보고 그냥 나가려니 왠지 염탐 온 듯한 기분이 들어서. 책이 너무 많아 입고가 힘들다 했지만 오늘의 방문으로 사장님께 메일이 다시 왔다. 입고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에 Re가 세 번째 찍힌 메일이. 수원에 사는 작가님들 책은 일단 받으시겠다고. 지역문화 활성화 차원이신 것 같았다. 부담을 드리려고 방문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오늘도 입고를 한 군데 늘렸다.

포장을 부탁드리면 이렇게 해주신다고 한다.




·서서림에서 구매한 

-인생에서 늦은 때란 없습니다.(모지스 할머니), 하동 시골버스(양인순) 두 권을 샀다. 오늘의 책은 파킨슨 증후군으로 좁은 세상에 갇혀 무료하게 지내시는 어머님을 위한 책이다. 책이 위로가 되어드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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