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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박하며화려한 Feb 06. 2020

겉만 보아서는 알 수가 없는 법-안산 모모 책방

쓰는 생활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수원이지만 나의 유년기는 안산에서 주욱 흘러갔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는 어쩌다 보니 광명까지 통학했지만 어찌 되었든 안산에서 살아온 시간이 길었다고 볼 수 있다.

 책 입고를 생각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서울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알법한 책방들이었다. 유동인구가 많고 책방 행사도 많은 곳들. 다수의 사람들에게 우리의 책이 노출될 수 있는 곳. 하지만 입고를 진행하면서 떠오른 생각은 왜 우리가 익숙한 지역들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였다. 지금 몸담고 있는 수원은 당연히 생각해보았지만 평생의 기억을 세등분 한다고 보면 삼분의 일을 차지할 안산은 제쳐두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얼른 안산 책방을 검색했다.

 검색기록에는 딱 한 군데의 책방만이 나올 뿐이었다. 바로 이름도 귀여운 모모 책방. 그곳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다정과 나는 처음 책을 냈을 때만 해도 얼마나 많은 곳에 입점하는가 보다는 얼마나 우리의 책과 같은 분위기의 결을 지닌 곳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때는 우리가 활발한 북페어 참가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서 북페어에서 책을 판매할 분량도 계산하고 있었다) 모모 책방은 그런 부분에서 우리 책과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인스타로 엿본 그곳은 아직 활동이 많지 않았고 고양이들이 있어 냥이에 관련된 귀여운 책들을 입점할 것이라고 여겼으니까. 하지만 서점 방문기를 쓰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고 우리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주택가 골목을 들어서 어린이 공원을 지나다 보면 건물 일층에 작은 간판이 보인다. 다른 책방들도 찾기 힘든 작은 간판이거나 주택가 안에 콕 박혀있기 일쑤인데 이곳은 생각보다 훤한 길목에 위치해 찾기는 쉬웠다. 방학을 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분식집에서 잘 먹었다며 종이컵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 확성기로 떠드는 트럭 아저씨. 한낮의 책방골목은 고요하면서도 왁자했다. 오픈 시간을 훨씬 넘겨 도착했으나 마침 서점 문은 닫혀 있었다. 점심식사를 하러 나간 것 같다고 닫힌 문 앞에서 쩔쩔매는 나에게 앞집 돈가스 가게 아주머니가 말을 건다. 적혀있는 번호로 책방 사장님과 통화를 하고 몇 분간을 기다렸다.

 서점 사장님은 젊은 여자분이셨고 남동생과 함께 계셨다. 고양이들이 나가는 걸 막기 위해 설치된 망을 옆으로 밀고 들어서니 책방이 밝고 훤하다. 그야말로 훤하다. 그렇게 느낀 이유는 중간이 뚫려있는 공간 이어 서일 거다. 벽면에 책장들이 위치해있고 캣타워도 있다. 책이 적은 가했는데 구경하다 보니 얇고 작은 책들이 구석구석에서 튀어나왔다. 다른 쪽 벽면에는 판매가 지난 샘플북만 따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계셨다. 나는 또 정신을 놓고 다른 사람들의 피땀 어린 창작물을 싸서 좋다며 집어 들고 있었다.(나도 책을 만들어 보았음에도 구매자 입장에 서면 그런 것들을 금세 잊어버린다) 세일 책을 두권 고르고 세 권의 다른 책들을 골랐다.

 이곳의 입구에는 트리에 커다란 노란 리본이 달려있다. 인스타에도 서점 소개란에 노란 리본이 있다. 모두가 잊지 못하지만 안산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있는 책들과 연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고양이로 연상한 분위기와는 훨씬 다르게 사회적인 책들이 많았다. 우리가 조명해보지 못하고 지나칠만한 사회적 피해를 고 지내시는 분들에 대한 책이나 상생하는 도시마을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책들이 있다. 귀여운 이미지 뒤에 무거운 문제들을 던지는 사장님의 책 선정에 놀라고 있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 입을 맞추며 인사를 했다.(차 안에서 먹은 초코바의 냄새를 귀신같이 맡았나 보다!)

 평소 같으면 고르지 않았을 책들을 몇 권 고르고 계산을 했다. 역시 종이봉투에 책을 담아주셨다. 환경을 생각하는 서점들이 점점 늘어난다. 모두를 위한 노력은 왜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되는가. 마을공동체, 지구공동체에 대한 생각은 왜 큰 곳에서 먼저 나서지 않는가란 생각을 하면서 겉만 보고는 몰랐을 책방의 매력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갔고 바로 입고 문의 메일을 보냈다. 우리의 책은 세상의 아픈 부분을 어루만져주지도 더 좋은 미래를 꿈꾸어볼 희망을 주지도 않는 책이지만 그저 지역사회에 소소한 즐거움은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면서 말이다. 안산에 작은 책방들이 늘어나는 시작이 모모 책방이 되어주길 바란다.



·모모 책방에서 구매한 것

-'집안, 일'이라는 승희와 숙희라는 자매가 쓴 책. 언니가 아이를 낳은 후 아기가 자라는 사진이 군데군데 있다. '똑똑똑! 누구냥?'은 길고양이 시선에서 바라본 만화. 무화과라는 작가가 길고양이들을 입양한 주변인들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다.

-'수상한 책'(기억 발전소)은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들의 인터뷰를 다룬책이다. '저기요, 선생님?'(김지현)은 대안학교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이 쓴 책.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시집 한 권을 샀다.(위로의 데이터-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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