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보았다

여름의 문턱에 선 어느 날

by HeyJinny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6월의 어느 날 오전, 천을 따라 뛰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30분 쉬지 않고 뛸 수 있었는데 이제는 3분 뛰는 것도 힘들다.


나이는 나이대로 먹어가고 미국 가서 운동 한 번도 안 했으니 체력이 달릴 수밖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아직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게 호흡에 집중하면서 뛰던 중, 건너편에 한 여성이 쭈그려 앉아 벤치를 마주하고 있었다. 의아함에 유심히 관찰하다가 문득 벤치에 눈길이 가더라.


갈색 조그마한 물체가 누워있는 듯, 앉아있는 듯 한 자세로 벤치에 놓여 있었다.


바로 알아차렸다, 아 강아지구나.

몰티즈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도 항상 벤치에 강아지랑 같이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든.


멀리서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서 사랑이 읽혀졌다. 강아지를 바라보는 따스한 눈빛과 미소.


아마 산책을 하다가 얼굴에 뭔가를 묻혔나 보다. 그 여성이 휴지로 강아지 얼굴을 닦아주고 있었다. 다 닦고 마지막으로 어머님들이 아가들한테 '아이고 이뻐' 하면서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주는 제스처까지. 모든 움직임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지나쳐갔다.


꽃이 만개하듯 미소가 내 얼굴에 환하게 번지더니, 이내 웃음이 났다.

힘든 것도 다 잊고 웃음이 났다. 사랑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감이 느껴지는 게 신기해, 골똘히 생각했다. 왜 그들의 사랑에 내가 행복한 거지?


아마 나와 내 강아지 생각이 나서 그들의 사랑이 피부로 와닿아 행복감으로 전염 됐던 거겠지.


나도 우리 강아지를 매일 산책시킨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귀여움에 내 새끼를 꼭 안고 볼에다가 뽀뽀를 격하게 한다.


어느 날 어떤 할머니께서 우리 곁을 지나가시면서 "아이고 그렇게 이뻐?" 하셨었다. 그분도 웃고 계셨지. 아마 그때 그분도 나와 같은 감정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