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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에디터 Apr 05. 2017

잡지 소고(小考)

간직하고 있는 이름들에 관하여

브런치 과연 뭘까.


책을 내고 팔릴 만큼 뛰어나지도 블로그를 꾸릴 만큼 부지런하지도 않은 자들을 위한 회색 지대? 연회비 없는 고만고만한 카드는 싫고 프리미엄 카드를 쓰기에는 벌이가 부족해 매스티지 카드를 선택한 사람들의 커뮤니티? 어디에 가깝든 회색 맨투맨에 환장하고 연회비 20만 원 카드를 꺼내며 남몰래 키득거리는 나의 경우 일단 시작할 도리밖에.


잡지를 좋아했고, 우연하게도 잡지를 만들고 있다. 첫 직장은 꽤 큰 규모의 출판사에 소속한 주간지였다. 김 기자라고 불리는 일은 황홀하기도 우울하기도 했다. 소신없이 속절없이 시간만 흘렀다. 에디터로 불리는 일은 여전히 낯설다. 그럴 때는 과연, 나는 이런 걸 좋아했었지 떠올리려 한다.


지금 만드는 잡지는 '성공한 중년 남성'이 타깃이다. 참 어렵다. 성공한 중년 남성이라면 조선일보나 슈피겔을 읽지 않으려나, 아니, 잡지를 구독하는 중년 남성이란 태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도 같다. 잘하는 남성지를 보면서 결국 타깃 설정이라는 것은 광고 마케팅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일 뿐, 콘텐츠가 지닌 본질과 무관하다는 생각도 든다.


다행히 대한민국에는 잘하는 남성지가 많다.



지큐(gq korea)


처음 남성지에 천착한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 때문(응?)이라 하겠다. 자칭 문학 소년이라면 누구나 하루키에 빠져 허우적대다 이제 좀 유치하군, 혼자 거리를 두려다 이따금 그리워하고 결국 복귀하잖나. 지큐는 2007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하루키 인터뷰를 실었다. 에디터 출신의 작가 이진영이 맡았는데 그걸 읽고 또 읽었다. 여름, 하와이, 자전거. 시간이 흘러도 빛바래지 않고 고유한 이미지를 남기는 인터뷰란 얼마나 희귀한 것인지는 나중에야 알았다.


이후 지큐를 볼 때면 어떻게 이렇게 쓰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일렁였다. 이충걸 편집장의 레터부터 마지막 페이지 캡션까지 빠짐없이. 특히 마음이 동한 것은 장우철 에디터였다. 매달 펼치고 마는 교교한 이미지와 웅혼한 글, '교교' 웅혼'이라는 단어조차 그에게서 알았다. 언젠가 그가 'GQ 에디터가 되려면'으로 시작하는 P.S.를 쓴 일이 있는데 그걸 읽고 마음이 북북 찢기기도 했다. 꼭 한 번, 그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었던 까닭에. 답을 기다리면서 기형도가 장정일을 만나러 대구로 내려갔을 때의 마음이 이랬을까 상상했었다.



에스콰이어(esquire korea)


지큐가 유려하고 장대한 서사라면 에스콰이어는 시대를 관통한다. 에스콰이어의 칼럼들은 늘 시의적절하고 일목요연하며 스트레이트와 피처의 맛을 모두 살린다. 기자일 때 주로 정치 파트를 담당했어서 잡지에서까지 신물나는 정치 이야기를 봐야 하나 서글펐지만 발제 거리를 찾기 위한 목록에 에스콰이어가 빠지지 않았다.


목록의 최상위는 늘 신기주 에디터의 몫이었다. 단문으로 휘몰아치는 그의 칼럼을 읽기 위해 에스콰이어와 지큐는 물론, 시사인, 포춘 코리아를 사 보기도 했다. 그가 블랙베리를 쓴다는 이야기에 혹해 따라 한 흑역사도 있다. 에스콰이어는 가야미디어에서 허스트중앙으로 판권이 넘어갔고, 최근 민희식 편집장이 그만 두고 신기주 시대를 열었다. 기대된다.


덧불여, 디자인하우스는 맨즈헬스를 폐간했고, 가야미디어는 플레이보이 한국판을 준비 중인 모양. 잡지 시장이 전반적으로 우울하지만 남성지는 새로운 챕터를 열어보려는 봄의 기운을 느낀다. 그것이 설사 회전하는 지옥문일지라도.


일본 드라마 <최고의 이혼>의 한 장면. 여주인공이 잡지 레옹(LEON)의 간판 모델 지롤라모 판체타를 우연히 만나 기념 사진을 찍는 장면.



아레나(arena homme+)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생략하는 이유에 관한 설명도 생략,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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