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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학드림 Jan 20. 2017

남자들은 왜 포르노에 열광하는가?

포르노에 숨겨진 생물학

최근 국내 최대 포르노(음란물) 웹사이트 운영자가 검거됐습니다. 이 사이트는 하루에 무려 50만 명이 방문했고, 사이트 운영자는 월 광고 수수료만 7,000만 원을 챙겼다고 합니다. 최근 구글 웹사이트 분석을 통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포르노 사이트의 월별 페이지뷰가 44억 건이나 된다는데, 이 수치는 <뉴욕타임스>의 10배에 해당돼요. 더욱 놀라운 건 이런 '포르노 시장'의 소비자가 거의 남성이란 사실입니다.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건, 포르노를 통한 남성의 잘못된 성적 욕망의 표출이 아니라, 왜 주로 '남성'들 사이에서 포르노가 확산되는지(포르노 소비자의 대부분이 왜 남성인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입니다. 남성의 '포르노 열광'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진화적 측면에서 인간의 '짝짓기' 특성을 살펴봐야 합니다.


남성들은 왜 포르노에 열광할까?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생존'과 '번식'을 해야만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수 있어요. 쉽게 말해, 일찍 죽거나, 자식을 낳지 못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할 수 없다는 겁니다. 생물학에서는 이런 내용을 두고, '자연선택(생존)'과 '성선택(번식)'의 진화적 압력을 받는다고 표현하죠.

(자연선택과 성선택을 얘기하려면 10개가 넘는 글을 써도 모자라겠군요. 일단은 이런 게 있다고 알고 넘어갑시다.)


사람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 볼까요? 남성과 여성 중 '성관계'에 있어 적극적인 성(性)은 누구일까요? 여러분이 생각한 대로입니다. 바로 남성이죠. 그 이유는 '양육 투자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양육 투자 이론은 자식을 낳고 기르는 데 있어서 여성의 투자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성(性)' 혹은 '성관계'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더 신중하다는 이론입니다. 일단 난자는 정자보다 훨씬 많은 영양분을 갖고 있고,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태아가 되기까지 90% 이상을 난자의 영양분에 의존하죠. 남성의 정자는 고작 DNA 정도만 제공할 뿐이고요. 이뿐일까요? 10개 월의 임신 기간, 출산, 젖먹이기 등 자식을 낳은 후 투자해야 하는 비용도 여성이 훨씬 많습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여성은 남성보다 '번식'에 있어 '투자 비용'이 크기 때문에 번식을 위한 성관계를 맺을 때 신중합니다. 하지만 남성은 번식에 있어서 고작 몇 방울의 정자만 있으면 되니, 성관계에 신중할 필요가 없지요.

그래서 남성의 경우, 오늘 밤은 A라는 여자와 자고, 내일 밤은 B라는 여자와 자는 게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는 '번식'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볼 수 있죠. 자연계의 동물들도 대부분 '수컷'은 성적으로 개방돼 있고, '암컷'은 폐쇄적입니다.

(단, 이 내용에서 주의할 점은 '남성은 문란하게 성관계를 맺도록 진화했다. 그렇기 때문에 문란한 성생활은 당연한 귀결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주의적 오류'입니다. 과학은 남성이 성적으로 개방된 이유를 다양한 실험과 조사를 통해서 설명할 뿐이지, 남성이 성적으로 개방됐다는 것을 윤리적으로 정당화시키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니 '난 남자니까 문란한 성생활을 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길 바랍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섹스 파트너를 추구하게끔 진화했다.


자, 그럼 '포르노의 주 고객층이 남성인 이유는, 남성이 섹스 파트너를 더 많이 추구하게끔 진화했기 때문이다.' 정도로 결론 낼 수 있겠죠?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기지 않나요? 포르노는 실제 여성과 섹스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번식' 측면에서 남성에게 아무런 이득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에요. 야동을 보면서 아까운 정자만 낭비할 뿐이죠. (난자에 비하면 그다지 아까울 것도 없지만!)


이 점에 대해서 '뇌 과학'은 아주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줍니다. 남성이 포르노를 볼 때 뇌를 fMRI로 찍어 보면, 실제로 '섹스를 하고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즉, 포르노 배우들의 성관계 장면에 흥분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화면 속 포르노 배우와 '섹스를 하고 있다.'라고 느낀다는 거죠. 서울대학교에서 진화학을 가르치는 장대익 교수는 <다윈의 정원>이란 책에서 이런 현상에 대해 '포르노 시청'이 곧 '포르노 행위'라고 말합니다. 

이런 현상을 비춰 봤을 때, 남성의 뇌에서 '성적 흥분과 관련된' 쾌락 중추는 굉장히 단순한 패턴으로 진화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수십만 년 전 인류의 조상들은 '여성의 벗은 몸을 보면 흥분하라. 그래야 번식에 유리하다'라는 방식으로 뇌의 쾌락 중추가 진화했을 거예요. 원시 시대에 포르노는 없었을 테니, (남성의) 뇌가 '(여성의) 벗은 몸'이란 시각적 자극에 흥분하는 것만으로도 인류의 조상(남성)들은 번식하는 데 충분히 유리했겠죠?

지금 우리의 뇌는 수십만 년 전 인류의 뇌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생명의 진화 속도는 매우 더디기 때문이죠. 반면 미디어 기술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 세기도 되지 않아 인터넷이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 놓은 걸 생각해 보세요. 결과적으로 포르노 산업은, 미디어 기술에 발맞춰 진화하지 못한 인류의 뇌를 공략한 산업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남성들은 포르노 산업에 속아 넘어간 일종의 '호갱(?)'인 셈이고요.


남성의 뇌는 포르노 시청을 곧 포르노 행위로 인식한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서 '남자는 역시 변태적인 족속이야.', 또는 '그래서 포르노 산업이 당연하다는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그 역시 '자연주의적 오류'에 빠진 사람입니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과학은 이런 사회적 현상을 실험적 근거들로 설명할 뿐 윤리적으로 정당화시키는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과학은 남성의 뇌가 왜 포르노를 열광하는지 객관적인 설명을 제시함으로써 '포르노 중독'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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