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철호 May 10. 2023

생각에 관한 생각  책소개

사용자의 생각에 관한 생각

최근 디자인과 관련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는 점 중 하나는 고객 또는 사용자는 앱을 통한 구매여정에서 상품의 선택과 구매 결정을 어떻게 하는가입니다. 고객이 상품을 선택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심리적인 요인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디자인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벽돌보다 큰 책을 읽게 됐습니다. 난해한 부분이 많았지만 사용자 아니 인간의 생각과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어 이 책을 소개합니다.


"300년 전통경제학의 프레임을 뒤엎은 행동경제학의 바이블"이라고 책 표지에 쓰여있네요.

생각에 관한 생각은 행동경제학을 창시하고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책입니다.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동급의 고전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책은 전통경제학에서 이기적이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인간에 대한 가정을 뒤엎는 주장을 하는 책입니다.


두 시스템

책의 초반부에 인간의 생각이 크게 두 시스템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책에 있는 이미지는 구할 수 없어서 다른 이미지로 대체해서 올립니다.

화난 여자사진과 곱셈 문제를 제시하는데 사진을 볼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곱셈을 풀 때 떠오르는 생각이 다른데 이 두 가지 형태의 정신체계를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명명합니다.  심리학에서는 다양한 용어로 부르지만 대니얼 커너만은 중립적인 의미를 가진 이 용어를 사용합니다.


시스템 1은 Thinking Fast로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직관적인 사고

- 저절로 빠르게 작동한다.

- 노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 어림짐작 heuristic

- 무의식

- 빠르게 생각하기

- 좋은 기분

- 창조성

- 잘 속는 성향

- 동공이 수축

- 자발적 통제를 모른다.


시스템 2는 Thinking Slow로 특징은

- 의식적이고 논리적 사고

- 명확한 생각과 신중한 선택

- 복잡한 계산을 비롯해 노력이 필요한 정신활동

- 주관적 행위, 선택, 집중과 관련해 활동한다.

-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 게으르다

- 의식적

-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

- 신중하게

- 공들여

- 의심

- 분석적 접근

-  동공이 확장.

- 순서대로 진행하는 정신노동


이 두 시스템의 상호작용이 이 책의 반복되는 주제입니다.

우리는 의식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자아이며, 믿음이 있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시스템 2와 동일시하지만 인간은 거의 대부분을 빠르고, 직관적이고 무의식적인 시스템 1로 사고합니다. 사용자는 우리의 앱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시스템 1을 사용합니다.

뇌과학자 개리 마커스는 그의 저서 [클루지]에서

“우리의 사고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빠르고 자동적이며 주로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신중하고도 판별력 있게 천천히 진행되는 사고이다.” 라고 설명하고 

이 첫번째 체계system를 ‘선조 체계 ancestral system’ 두번째 종류의 사고를 ‘숙고 체계 deliberative system’로 부릅니다. 이 두 번째 체계를 ‘합리적rational’ 이라고 하지 않은 까닭을 이 체계가 합리적인 사고를 가능케 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명칭은 다르지만 ‘선조 체계 ancestral system’가 시스템 1이고 ‘숙고 체계 deliberative system’가 시스템 2입니다. 

책에서 시스템 1의 즉흥적 활동의 몇 가지 사례를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 갑자기 어떤 소리가 났을 때 소리 난 방향을 알아낸다.

- 2+2 =?

- 대형 광고판에 적힌 단어를 읽는다.

- 텅 빈 도로에서 차를 운전한다.

- 단순한 문장을 이해한다.

이러한 활동은 저절로 일어나고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필요 없습니다.


여기에 "자주 쓰는 쇼핑앱에서 상품들을 둘러본다."

나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나 릴을 둘러본다.” 도 포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스템 2의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서커스에서 광대를 주목한다.

- 북적이고 시끄러운 방에서 특정인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계속 걷는다.

- 상대에게 내 전화번호를 말한다.

- 세탁기 두 대를 놓고 전반적 가치를 비교한다.

- 복잡한 논리적 주장의 타당성을 점검한다.

쇼핑 앱을 사용하다가 시스템 2가 작동하는 경우는 "본인 인증을 위해 전화번호를 입력하기" , "배송지의 주소를 입력하기" ,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기"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시스템 1이 작동하다가 시스템 1이 대답할 수 없는 문제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복잡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 시스템 2가 작동합니다.


쇼핑 앱을 사용할 경우를 비교하면 사용자가 상품리스트를 둘러보고 관심이 가는 상품을 훑어보는 아이쇼핑과 유사한 단계에서는 시스템 1이 작동하고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배송지를 입력하거나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에는 시스템 2가 작동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책에서 말하듯이 17x24를 계산하면서 동시에 꽉 막힌 도로에서 좌회전을 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즉 시스템 1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지만 시스템 2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시스템 2는 한 가지 일만 집중합니다.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산만해지거나 엉뚱한 곳에 집중하면 실수하거나 일을 실패할 수 있습니다. 즉 산만한 인터페이스에서는 배송지를 잘못 입력하거나 신용카드를 잘못 입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터페이스에서 사용자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모달 Modal을 제공합니다.

사용자가 하려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산만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요소를 을 가려주는 상태를 모달이라고 합니다. 모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따로 다른 글로 설명할 예정입니다.

조슈아 포터 Joshua Porter 가 쓴 "[Principles of User Interface Design]"에서 "One hundred clear screens is preferable to a single cluttered one.(하나의 어수선한 화면보다 몇 개의 명확한 화면이 더 좋습니다.)"는 시스템 2가 작동된 상황에서는 집중할 수 있는 명확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 2의 결정적 특징은 작동하는 데 노력이 들어가고, 게을러서 꼭 필요한 만큼의 노력을 쏟는다는 점입니다. 게으름은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내린 습성입니다


집중력과 정신력이 필요한 사고와 행동 통제는 시스템 2가 수행하는 작업 중 하나로 포도당을 많이 소모합니다. 어려운 인지적 추론에 몰두하거나 자기 통제가 필요한 일을 할 때면 혈당치가 떨어집니다. 이는 달기기 선수가 전력 질주할 때 근육에 저장된 포도당이 줄어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시스템 2가 작동되면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정신노동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험생이 단것을 좋아하고 식욕이 높은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겠네요.


만약  인터페이스가 정신력과 집중력이 필요할 정도로 사용하기 어렵고 복잡해서 인지부하가 많아 시스템 2가 작동되는 경우가 많다면 사용자는 앱을 오래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운동선수가 전력질주를 오래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시스템 2가 작동되는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두 시스템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이 두 시스템 중 시스템 1이 인간의 선택과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책은 말합니다. 이는 저자 만의 주장뿐만 아니라 심리학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이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수잔 웨인쉔크의 <심리를 꿰뚫는 UX디자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며, 신중하게 생각해 결정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과 달리 웹사이트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무슨 행동을 할지와 구매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일은 주로 무의식적인 과정 속에서 이뤄진다.

 지금까지 살펴본 두 시스템을 통해 해석하면 이 글은 쇼핑앱에서 구매결정은 지금까지의 생각과 다르게 이성적인 시스템 2가 아닌 직관적이고 무의식적인 시스템 1이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책의 다음 글은 더 설명적입니다.

“어떤 카메라를 살지, 어디에서 살지 와 같은 결정에는 뇌의 이성적인 부위가 일부 관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결정과 행동은 감정과 웹사이트에서 본 것에 대한 자동적 반사에 따라 정해진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뇌의 특정 부위에서 상당수의 행동이 시작된다. 전혀 지각할 수 없는 정신 작용이 우리의 결정과 반응, 행동의 대부분을 제어한다. 뇌의 다양한 부위가 제어하는 무의식적 사고와 행동은 웹 사용 경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_ P17”



"전혀 지각할 수 없는 정신 작용이 우리의 결정과 반응, 행동의 대부분을 제어한다."가 이 문장의 핵심입니다.  인간의 의사결정의 대부분은 시스템 1이 사용 경험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전반부는 시스템 1이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 그리고 이러한 의사결정의 오류와 편향에 대해서 논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수잔 웨인쉔크의 글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지금은 절판된 소비자 행동 전문가 닐 마틴(Neale Martin)은 그의 저서 [해빗 소비의 95%를 지배하는 행동 심리]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소비자들의 행동 가운데 95%는 무의식적 사고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는 구체적인 수치로 시스템 1에 의해 행동이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95%라는 수치가 정확한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행동의 대부분이란 점은 앞글과 동일합니다.


고객은 제품을 구매하게 된 이유에 대해 뚜렷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행동이 이성적이라고 평가한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마치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논리적인 답변을 꾸며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의 글의 의미를 확장시켜서 쇼핑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구매 결정까지도 무의식적이고 직관적이고 오류 가능성이 내포된 시스템 1이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는 인간의 일반적인 선택과 의사결정과정을 의미합니다.


앞서 "생각에 관한 생각"은 이 두 시스템의 상호작용이 주제라고 했지만 이 책의 앞부분은 시스템 1의 편향과 오류, 착각에 대해서 논합니다. 책을 다 읽어보시는 게 좋겠지만 전부 다 읽어보실 필요는 없고 1부만 집중적으로 읽어보셔도 됩니다. 4부의 전망 이론이 행동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 관한 논문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는 단초가 되었다고 합니다.)이지만 약간 어렵습니다.


책의 1부 5장에서는 "인지적 편안함"이란 개념을 다룹니다.


인지적 편안함(cognitive ease) 주는 경험


인간의 뇌(머리)는 한꺼번에 여러 계산을 하면서 주요 질문에 계속 답을 하고 그 답을 매번 새롭게 갱신합니다. 이 많은 판단은 시스템 1이 자동으로 수행하는데, 그 판단 중 하나는 시스템 2의 작동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인지적 편안함(cognitive ease)'은 어떤 위협도, 주의를 돌릴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이 순조롭다는 표시입니다. '인지적 압박감(cognitive strain)은 현재의 노력이 충분치 않거나, 문제가 있으니 시스템 2가 가동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인지적 편안함'은 책에서 다음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림 5> 은 깔끔한 서체로 인쇄된 문장, 반복된 문장, 머릿속에서 점화된 문장은 인지적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하고 기분이 좋은 상태라고 합니다.

여기서 '깔끔한 서체로 인쇄된 문장은 잘 디자인된 타이포그래피, 반복된 문장 또는 그림에서 '반복해서 듣거나 보다(Repeated experience)'로 설명되는 반복된 경험은 일관성 있고 관례를 따른 인터페이스 또는 디자인이라고 디자이너는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인지적 압박에 대해 설명합니다. 시스템 2가 작동되는 상황이죠.

"반대로 사용 설명서가 깔끔하지 않은 서체 거나, 인쇄가 희미하거나, 복잡한 말로 표현되었다면, 또는 내 기분이 안 좋거나, 심지어 내가 인상을 쓰고 있다면, 설명서를 읽으면서 인지적 압박을 느낀다."

이 글에서 '사용 설명서'를 쇼핑 앱이라고 바꿔도 의미는 동일할 겁니다.  인터페이스가 복잡하거나 아름답지 않거나 UX Writing이 잘되어 있지 않다면 시스템 2가 작동하고 사용자는 앱을 오래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인지적으로 편안하면 대개 기분이 좋고,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고, 들리는 것을 믿으며, 직감을 신뢰하고, 현재 상황을 편안하고도 친숙하게 느낄 것이다. 중략... 반면에 인지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경계하고 의심하기 쉬워서 하는 일에 더 공을 들이고, 편안한 느낌도 덜 들고, 오류도 적지만, 평소보다 직관력과 창조력도 떨어진다.-p 97-98"


앱을 사용하면서 인지적으로 편안하다면 앱 내의 상품 등의 콘텐츠를 신뢰하고 친숙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디자이너로서 인지적 편안함을 해석한다면 단순하고 일관성 있고 심미적으로도 아름답게 디자인된 앱은 사용자를 기분 좋게 하고, 앱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하고, 친숙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앱을 더 오래 사용하고 자주 사용하고 판매하는 상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인지적 압박은 시스템 2를 작동시켜, 문제를 직관적으로 해결하다가도 태도를 바꿔 문제에 적극 개입해 분석적으로 해결하는 성향이 있다."라고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꼭 필요한 것만 디자인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