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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명 Jan 19. 2017

[그림으로 읽는 이야기]
바다로 가고 싶은 코끼리 #8

바다로 가고 싶은 코끼리

"그런데 넌 왜 말뚝을 뽑은 거야?"


"바다로 가지 않으면 내 삶은 의미가 없으니까.

 내 가족과 친구들을 걱정시키는 고통보다 바다로 가지 못하는 고통이 더 커서 떠날 수밖에 없었어.

 코끼리 동굴을 떠나서 나는 바다로 향했어.

 소금 냄새를 따라 매일매일 하염없이 걸었지.

 나는 크고 작은 화살들을 여러 개 맞았어.

 바다로 가는 길은 코끼리가 가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길이었거든.

 그중 한 화살은 치명적인 것이었어.

 모든 힘을 짜내서 걷고 있지만 바다를 보기 전에 쓰러질지도 모르지."


"이 바보 코끼리야,

 어차피 보지 못할 거 차라리 그냥 말뚝에 매여있으면 좋았잖아.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잘 살 수 있었잖아."



illust by 명은주



"아니, 나는 길을 떠나고 나서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

 내일은 바다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렘으로 잠이 들었어.

 그리고 매일 아침 바다를 상상하면서 눈을 떴지.

 바다를 정말로 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어.

 바다를 꿈꾸면서, 바다를 향해서 걸어갔던 그 순간들이 내게는 행복이었던 거야.


 소녀야, 나는 다시 떠날 거야.

 행운을 빈다. 잘 가렴."



illust by 명은주



[바다로 가고 싶은 코끼리 #9]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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