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자전거를 얻어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조용하던 별장이 북적북적하다. 알록달록한 비치웨어를 걸친 프랑스 가족이 식사를 기다리고 있고 아주머니와 며느리는 밥상을 차리느라 정신이 없으시다. 알고 보니 바닷가에 놀러 온 외국인 대상으로 랑고스타(랍스터)나 생선 요리를 제공해서 돈을 버신다고. 아무래도 집이 바닷가와는 조금 떨어져 있기에 직접 해변에서 영업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역할은 주로 아주머니 아들이 하시는 것 같다. 그나저나 그 스페인 남자와 아저씨는 언제 돌아오신담! 나도 어서 스노클링 하고 싶은데.
프랑스 가족의 랍스터는 아주 통통하고 신선해 보인다. 아주머니는 어디선가 식탁 하나를 쓰윽 끌고 오시더니 식탁보를 피고 요리를 하나하나 정성껏 그 위로 놓으신다. 쿠바에서 역시 빠질 수 없는 콩 밥과 샐러드 그리고 바나나 튀김까지. 곧이어 알맞게 삶아진 랍스터가 나오자 프랑스 가족은 작은 탄성을 지른다.
식사 준비 후, 아주머니께서 함께 앞에 있는 바닷가에 나가자고 하신다. 건너편으로 가서 작고 울퉁불퉁한 돌을 조심조심 밟고 쭉 가면 바로 깊어지는 파란 바다가 있다. 바위 위에 앉아 앞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 혼자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것만 같다. 얼마 전만 해도 이런 곳의 존재조차 몰랐는데, 사실은 이 모든 것이 내가 꾸는 꿈이 아닐까, 이 곳에서 사라져 버려도 아무도 모를 것만 같은 그런 이상한 느낌이 든다. 아주머니가 옆에 앉으시며 말씀을 시작하신다. "예전에 한 모로코 친구가 있었어." 나는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우리 민박에서 묵었는데 금방 친구가 돼서 너처럼 이 별장에 데려왔었지. 그 친구는 모로코로 돌아간 뒤에도 계속 우리와 연락을 했고, 몇 번을 다시 왔다가 갔어. 우리는 참 좋은 우정을 나눴지."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 그런데 어느 날 그 사람의 친구에게 연락이 왔어."
아주머니의 눈가가 촉촉해지신다.
"그 사람 취미가 서핑이었는데 파도가 조금 세던 날 서핑을 하다가 물에 쓸려갔대. 그래서 내 친구는..."
아주머니의 눈빛이 너무나 슬퍼 보여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푹 숙였다. 우리는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무서운지, 그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윽고 아주머니는 곧 다시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가서 나도 항상 조심하라는 잔소리를 한참 하시고는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신다. "가자, 이제 아들이 돌아왔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