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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웅 Feb 22. 2021

Happily Ever After


7년 전에 쓴 글이 페이스북에 뜨길래 옮겨 본다.




여느때처럼 출근하는 길에 흔한 연애 노래를 듣고 있었다. 연애의 싱그러움, 설렘, 애틋함이 듬뿍 묻어나 내 맘을 기분좋게 하는 별로 특별하지 않은 노래. 노래를 들으며 과거를 추억한다. 과거를 추억하면서 나의 지금을 바라본다. 노래를 들으며 십여년 전 그 때 그 감정을 상기한다. 십여년 전 우리는 여느 연인들처럼 항상 만나고 싶어했고, 헤어지기 싫어했으며, 뭘 해도 마냥 즐거웠었던 것 같다. 마치 수많은 유행가 가사처럼...

세상의 수많은 러브스토리와 노래들은 연애로 귀결되는 것 같다. 연애를 시작하면서의 설렘과 그리고 때로는 아픔. 연애를 시작하면서의 달달함. 연애를 가로막는 위기들. 그 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해피엔딩.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해피엔딩 이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클리셰를 비트는 소수의 이야기들을 제외하고는 해피엔딩 이후의 삶과 로맨스에 대해서는 잘 다뤄지지 않는다.

나는 지금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해피엔딩의 이후를 살고 있다. 가슴 터질 것 같은 심장으로 고백을 하던 시절도, 서로 매일매일 만나고 싶어하며 안달나던 시절도 지났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약간 피곤하고 부시시하긴 하지만), 우리 둘을 닮은 아이들을 키우며 내가 십년 전에 꿈꾸던 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간절히 바라고 원하던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달려간다. 하지만 정작 목표를 이루고 나면 왜 그 목표를 위해 살아왔는지를 잃어버릴 때도 많은 것 같다.

세상의 흔한 사랑 노래들에 깃든 말랑말랑한 감성들은 예전의 그 설렘이 없어진 게 아니라 아직도 곁에 있다고 새삼 느끼게 해 준다. 오히려 더 크면 컸지 결코 작아지지 않았다고 말이다. 가정생활과 육아의 현실 사이에서도 여전히 달달함의 순간들은 존재한다.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할지라도.

서로의 손 꼭 붙들고 도시의 거리를 누비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우리 한 몸 챙기기도 바빴는데, 어느새 그렇게 나갈 엄두도 안 나는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있다. 하지만 아기 들랴 짐 들랴 빈 손이 하나도 없어 손을 잡지 못하는 지금이 참 행복하다. 인생의 소소함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행복들이 많기에 참 감사하다. 나를 닮아, 또 그녀를 닮아 한없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며 웃을 수 있는 지금이 참 좋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어서 참 좋다. 나의 젊은 시절 내내 사랑한 그녀가 내 아내라는 것이 참 좋다.

우리는 현재 "Happily ever after"를 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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