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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웅 Aug 10. 2020


학계 관련 아무 말 대잔치

너무 오랫동안 글을 못 쓰고 있는 것 같아서 뭐라도 써 볼까 해서 키보드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학계에 관해 아무 말이나 해 볼까 합니다. 뭐 학계에 계신 분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일 수 있지만 이러한 정보가 새롭게 다가오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1. PI라는 용어. PI는 Principal Investigator의 약자로 연구 책임자를 의미합니다. 이공계 쪽에서 훨씬 많이 쓰이는 것 는 "교수=PI"라고 많이 통용되는 것 같은데 (PI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므로 꼭 "PI=교수"는 아닌 듯합니다) 저희 쪽에서는 그랜트 관련 작업이나 펀딩, 연구 프로젝트를 지칭할 때 빼고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교수는 교수라고 부르지 굳이 PI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인문 사회 계통은 많이들 그런 듯싶은데 아무래도 꼭 랩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이건 학교마다 차이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펀딩의 필요성이 덜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같은 대학교에서 일하는 같은 직급의 교수라도 전공별로 역할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연구를 하는데 대학원생이나 포닥이 꼭 필요한 이공계 교수와 혼자서 연구할 수 있는 인문학 교수의 역할이 똑같을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2. 논문 Authorship에 대한 이해도 학문마다 다릅니다. 저희 쪽은 교신저자를 꼭 지도교수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많은 이공계 분야에서는 그게 디폴트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박사과정 때는 학생, 교수 구별 없이 주도적으로 쓴 사람이 일 저자가 되고 필요하면 교신저자도 하고 그랬습니다. 기본적으로 교신저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겁니다. 수학 쪽은 저자 순서를 알파벳순으로 한다고 들었습니다. 분야마다 Authorship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일 저자, 교신저자를 논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위키피디아만 봐도 Academic  Authorship을 분야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Academic_authorship). 보통 상식적인 선에서 통용되는 기준이 느슨하게 있지만 세부적으로 가면 달라집니다. 또 단독저자 논문이 꼭 필요한 분야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논문이 불가능한 분야들도 있습니다.


3. 미국은 전공 별로 교수의 연봉 차이가 극심합니다. 학교별 차이보다 전공별 차이가 훨씬 큽니다. 자본주의 논리가 잘 반영되어 있는데요 보통 로스쿨, 의대, 경영대 연봉이 높은 편이고, 교육대, 인문대, 음대 등의 연봉이 낮은 편입니다 (https://www.businessinsider.com/professors-pay-by-subject-2011-10).


4. 잡마켓 사정도 방식도 분야별로 다릅니다. 각개격파해야 하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일괄적인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분야도 있습니다. 저희 쪽은 학교별로 공고 올리는 사이트가 꼭 같은 것도 아니고 뽑는 시기도 제각각인데, 경제학 같은 경우는 잡마켓 시기가 모두 동일하고 Employer와 구직자들이 학회에 다 같이 모여 일차 면접을 본다고 해서 신기해 한 기억이 있습니다. 수학 분야 같은 경우는 포닥 일괄 지원 시스템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또 포닥을 꼭 해야 하는 분야들도 있고 포닥을 안 해도 되는 분야들도 있습니다. 포닥과 후레쉬 박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분야들도 있고 후레쉬 박사는 성과보다는 포텐셜을 중점으로 보는 분야들도 있고요. 그리고 상대적으로 박사 과정 입학은 어렵지만 취업이 쉬운 분야도 있고, 박사 과정 입학은 쉽지만 취업은 어려운 분야도 있습니다. 결론은 그때그때 달라요.


5. 미국에서 테뉴어 트랙 교수는 보통 9개월이나 10개월로 계약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방학 기간에는 공식적으로 일을 안 해도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래서 보통 어떻게 월급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는데 일한 달만 월급을 받을 수도 있고, 연봉을 12개월로 쪼개서 일을 안 한 달에도 받게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Summer Salary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계절학기를 가르치면 돈을 엑스트라로 벌 수 있고 연구 펀딩이 있다면 여름방학을 연구 기간을 산정하고 Summer Salary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월급 받는 방식을 12개월로 설정하고 Summer Salary를 받으면 약간 보너스 같은 느낌이 듭니다.


6. 5번과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인데 엄청나게 큰 펀딩을 따도 보편적으로 보았을 때 교수 개인의 연봉을 올릴 수는 없습니다. 기껏해야 Summer Salary 받거나 해당 학기의 티칭 로드를 줄이는 게 답니다. 티칭 로드를 줄인다는 건 교수가 따온 펀딩으로 교수의 시간을 산다는 이야기인데 한 과목을 덜 가르치게 하고 그 시간에 연구를 시킨다 뭐 그런 의미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엄청 많이 떼 갑니다.


7. 미국은 교수 정년이 없습니다. 원칙적으로 테뉴어를 따고 나면 자기가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8.  더 생각이 안 나네요. 혹시 질문이 있으시면 아는 한도 내에서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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