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지웅 Aug 12. 2020

교육과 기술에 대한 두어 가지 생각들

코로나 이후에 Distance Learning 활성화로 인해 교육환경이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특히 동영상으로 수업이 대체되면서 기존의 학교의 존재 가치가 떨어진다고 많이들 보시는 것 같습니다. 보통 아카데미아에 계시는 분들이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기술로 인한 교육환경의 변화가 일어날 것은 자명해 보이지만 그러한 예측을 할 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모두가 내 맘 같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 (저와 같은 교육학자를 비롯해서) 보통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공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예측을 하시는 분들의 상당수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일 텐데 그 말인즉슨 학습의 딜리버리 모드가 어떻게 되었든지 간에 기본은 할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은 동영상으로 강의를 하든, 대면으로 강의를 하든, 책으로 공부를 하든 치명적인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학생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Rapport 형성이 안되면 공부를 하기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있을 테고, Peer가 없으면 면학분위기가 조성이 안 되는 학생들도 있을 겁니다. 내가 자신을 기반으로 해 비추어 본 학습자의 모습과 실제 학습자 간에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지요. 나의 경험으로 형성된 학습자의 모형으로 평가를 하다 보면 다른 학습자들의 맥락적 환경을 간과하게 되는데 이건 교육 관련 연구를 할 때도 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례를 하나 들자면 MOOC이 있습니다. MOOC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해 보니 MOOC을 이용하는 많은 이용자들의 상당수가 이미 학위를 가지고 있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이미 공부를 많이 해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아무나 접근 가능하지만 누구나 이용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completion rate가 엄청 낮은 건 덤이고요.  


두 번째로 기술은 기술일 뿐이라는 겁니다. 기술 자체가 학습자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가능케 하는 학습자의 특정 행동이 학습자를 변화시키는 겁니다. 즉 UX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인 어포던스(행동유도성)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교육환경에 기술을 접목한다고 해서 엄청난 혁신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학습자와 사회적 맥락 그리고 실제 학습 콘텐츠를 잘 파악해서 고려하고, 해당 기술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 어포던스를 염두에 두고 학습과 학습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교육환경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 일어날 것은 자명합니다. 다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학교라는 공간이 제공해주는 가치가 단순히 강의/수업이라는 단방향 소통에만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가 긍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예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기술 그 자체의 매력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 가에 대한 고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하고 온라인 상으로 행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호작용 방식에 대한 연구도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CIRCLS 보고서 소개: AI와 학습의 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