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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비 Jun 08. 2019

22. 마지막 근무

이치죠지는 한국인에게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았는지 유학생들을 빼면 한국인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가끔가다 한국인 손님이 오기라도 하면 너무도 반가워서 과한 친절을 베풀 때가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주방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난파?난파? 라면서 놀린다. 무슨 말인지 처음 듣는 말이라 한참을 갸우뚱거렸다.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잘해주는 걸 말하는 거야"라고 알려준 순간 깨달았다.

아 꼬시는 거!? 그런 거 아니거든!


10월 26일 마지막 날

처음 왔을 때 정리해줘(片付けて)라는 말도 무슨 말인지 한참 고민했던 게 무색할 만큼 웬만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이 알려주셨고 많이 배웠다. 언제 이렇게 마지막 날이 다가왔을까 시간 참 빠르다.

마지막 오후 타임 마감을 마치고

 점장님이 말했다.

"내일 가전제품  빼기로 했지? 내일 시간 되는 애들끼리 같이 놀러 가자 애들한텐 이미 말해놨어"

저야 땡큐죠 정말 좋아요!


저녁 11시 반쯤  주방 마감 시간에  남자 셋이 들어왔다.

후지와라, 후루타니, 하야시 우리 가게 에이스 세 명이었다.

"성원 차항(チャーハン-일본식 볶음밥) 3개 만들어줘~"


처음에 웍을 잡았을 때는 낑낑대며 만들었던  3인분도 이젠 거뜬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세 사람분의 볶음밥을 내주고, 주방 마감이 끝날 때쯤 음식을 다 먹은 애들이 나가면서 말했다.


성원, 볶음밥 맛있었어

잘하게 되었구나 이제!

가서도 우리 잊지 마! 만화책 나오면 꼭 말해줘


이 친구들은 내가 처음 가게에 들어오기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일이 능숙한 친구들이었다. 때문에 나이는 어리지만 라멘집 일에서 이 친구들에게 많이 배웠다.

첫인상이 그리 선 해 보이진 않아 잔뜩 겁먹었지만 의외로 따뜻하고 장난기 많은 친구들이었다.

오늘 근무도 없는데 일부러 마지막 인사차 온 것이었다. 송별회라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찡- 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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