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회고 클럽 4월
작년부터 꾸준히 매주 회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다. 아마도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 거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포기 대신 내 맘대로 해보기. 일단 매주 일요일마다 했었던 4월 주간 회고를 쫙 펼처두고, 빈 종이에 밑미에서 준 7가지 질문의 키워드를 크게 적은 뒤, 마인드 맵을 그려나갔다. 그러니 좀 보인다. 4월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7가지 회고 질문에 모두 답하고 싶었지만, 그러자니 끝이 안 보여 가장 많은 가지를 가졌던 질문 몇 가지에만 답변해보았다 그럼 2022년 4월 회고 시작.
"다양한 만남이 많았던 4월이었다." 캘린더를 훑어보니 4월에는 만난 사람들이 참 많다. 사이드 크루들(융, 꼽힌, 유진)과 이태원에서 했던 식사, 북스톤 쓰기클럽 덕분에 연을 맺었다가 드디어 만난 실장님과 저녁, 뉴그라운드 팀과 했던 점심식사가 재밌는 프로젝트(POST-WOMAN)로 연결되기도 했고, 회사가 근처인데도 못 만나고 있었던 보현과 미뤄둔 저녁도 먹었다. 오징과 병연을 집에 초대했고 내가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점심을 대접받기도 했다. 아! 숭도 만났다. 이사가기 전에 둘이 만나 저녁을 먹었지.
이번 주는 유난히 약속이 많았다. 매번 만나자고 하면서도 못 만나는 마음의 부채도 좀 덜었고, 처음 본 사이지만 분명 깊은 관계가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 만남도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면 에너지를 얻지만, 그만큼 에너지를 잃는 사람으로 한 주동안 3번 이상의 만남은 부담스러운데, 그래도 이번 주는 적당히 잘 조절한 것 같다. 사람을 만나 에너지를 얻고 오는 것과 잃게 되는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이번에는 왜 괜찮았을까 등을 생각해보게 된다. - 4월 1주차 회고 중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걸 힘들어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주동안 3번 이상의 만남은 부담스러워 하는 데, 이번에는 많은 만남이 있었음에도 에너지를 빼앗기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일단 물리적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만남이 너무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진 않았다는 점, 그리고 심리적으로는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는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편했던 실장님의 경우, 내가 작년에 매주 글을 보내고 첨삭을 받은 경험이 있다. 뉴그라운드 팀도 그렇고, 오징과 병연도 그렇다. 나는 내 글을 읽어준 사람을 만나면 좀 더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미 마음 그대로를 글로 털어놓아서인지,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게 된다. 솔직해질 수 있다.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다른 달보다 많은 사람, 다양한 사람을 만났지만 에너지를 잃기보단, 얻을 수 있었다.
"사이드로 진행한 업무들이 많았다." OO 기업 노션 강의, 퍼블리 글(콜드 메일 작성법) 발행, SIDE 클래스 엑셀 등을 진행했다. 각각의 업무마다 느낀 점이 있었는데, 하나씩 정리해보자.
[OO 기업 노션 강의] 3월, 4월 2번 진행했다. 처음으로 진행해본 형태라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진행했던 3월, 그 때 경험을 바탕으로 디벨롭한 덕분에 4월에는 나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강의를 할 수 있었다. 강의가 잘 준비되면, 말이 술술 나오고 다음 장표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런 강의를 마치고 나면 체력적으로는 조금 지칠지언정, 심적으로는 굉장히 뿌듯하다. 그리고 나는 그 기분을 너무 좋아한다. 다만, '나만의 키워드 찾기'가 주제라 수강생들의 배경을 알지 못하는 경우, 함께 키워드를 발견하고 이야기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자기소개가 큰 도움이 됐음) '나만의 키워드 찾기'의 경우, 소수 인원이 함께 했을 때 만족도가 높아지는 강의인 것 같고, 만약 1회성으로 진행을 해야 한다면 참여자들의 케이스보다 확보된 다른 사람들의 여러 예시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하는 편이 좋겠다.
[SIDE 클래스 엑셀] 에서 진행했던 엑셀 클래스는, 개인적으로 꼭 하고 싶었던 강의. 예전 회사에서 강의를 진행할 때도 엑셀 강의를 좋아했기 때문에 오랜만에 하니 너무 재밌었다. 이전 회사 자료도 없고, 있다고 해도 쓸 수 없으니 내용은 모두 새롭게 다시 만드느라 시간이 좀 걸렸고, 전해주고 싶은 욕심도 많아서 1시간 30분으로는 부족, 2시간을 꽉 채우고도 부족했지만 만족도가 높았다. 앞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꾸준히 해보고 싶다.
화요일에는 노션 클래스를, 일요일에는 엑셀 클래스를 했다. 노션 클래스는 지난번에는 스스로 준비가 부족해서 많이 아쉬웠는데, 만회하기 위해서 열심히 했다. 그만큼 다들 만족해서 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뿌듯함 +1. 엑셀 클래스는 일요일인 오늘, 방금 마쳤다. 원래는 1시간 강의하고 30분 Q&A였는데, 불가능했다. 2시간을 채웠다. 다들 조금 지치지 않았을까. 노션보다 엑셀 강의가 인기가 덜해서 신기했다. 사실 엑셀이 진짜 유용한데... 강의를 마치니 사람들이 영상 만들어서 팔라는데, 나는 직접 만나서 알려주는 게 더 좋아서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강의자료나 PDF로 팔아볼까. - 4월 3주차 회고 중에서
[퍼블리 글(콜드 메일 작성법)]의 경우, 페이스 메이커 역할의 중요도를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회사 업무와 병행해야 하다보니 처음 시작할 때, 천천히 쓰게 될 것 같다고 말하고 시작했는데, 그렇게 말해두고 시작하니 나 역시 여유있게 일정을 잡아가며 진행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돈을 받게 되는 글이다 보니 '써도 될까?'와 '쓸 수 있지!' 마음이 번갈아가며 들었는 데, 그때 내가 아닌 다른 한 사람이 내 글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는 내가 이상한 글을 쓰게 만들지 않을 것 이라는 믿음이 큰 도움이 됐다.
여기 작성한 커리어적인 일들 외에도, 4월에 했던 일 중 기억하고 싶은 일은 1) 남편과 요가를 시작했다. 2) 스티비에서 2022년 첫 OKR이 끝났다. (스티비의 OKR은 4개월 주기로 흘러간다.) 3) 사이드 프로젝트 크루가 되었고, 졸업했다. 졸업 여행으로 대전도 다녀왔다.
"가계부를 쓰지 않았더니 (당연하게도?) 소비가 늘었다." 와, 이번 달 진짜 생각 없이 소비했다. 삶을 풍요롭게 한 소비인지는 잘 모르겠다. 3월까지는 가계부 정리를 잘했는데, 아쉽다. 4월부터 가계부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그러지는 못했다...ㅠㅠ 그냥 지난 달은 다시 덮어두고, 6월부터는 다시 가계부를 차곡차곡 정리해봐야지!
어떤 ‘쉼'을 선호하냐는 질문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니 난 길게 몰아서 쉬는 게 좋다. 중간중간 짧게 쉬는 거 말고, 그냥 길게. 모든 일을 다 마무리했으니, 이제 충분히 쉬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쉬는 거. 그런데 언제부턴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잘 쉬고 싶어 일단 열심히 달렸더니, 자꾸 호흡이 짧아져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제대로 쉬기 전에 숨을 쉬자는 생각을 한다. 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숨이 멈출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여기까지'가 잘 안 되는 사람. 하지만 연습해야지. 그러므로 오늘 글은 ‘여기까지’ - 다함께글쓰계 3월 모임 중 작성한 글 중에서
금요일에는 재미를 찾아다녔다. 바쁘고 하는 일도 재밌고, 의미도 있는데 또 재미를 찾아다녔다. 뭔가 세계가 확장되는 즐거움을 얻고 싶어. 요가하고 야구하고 PT하고 펌프하고 코노갔다. 재밌는데, 재미가 없다. 재미를 찾아다니는 다큐를 찍으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 쉼은 느끼려면 심심한 시간이 필요하다." 월초에는 만남에 집중했는데, 월말에는 쉼을 생각하게 됐다. 나는 나에게 컨트롤할 권한이 없다고 느낄 때, 혹은 너무 나에게 모든 권한이 올 때 숨이 급해지는 걸 느낀다. 이번에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일하다 급하게 '대전 여행', 숙소만 잡고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대전은 여유있는 도시로 느껴진다. 서울과 멀지도 않고 꼭 봐야할 것도 없고. 대전에 다녀오고 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종종 모두 멈추고 쉴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밑미 회고클럽]을 이용해 4월을 회고했다. 뉴스레터를 구독하면, 매달 1일 7가지 질문이 도착한다. 매주 회고하고 있지만, 또 한 달을 이렇게 이어보니 느낌이 다르다. 5월 회고는 꼭 7가지 모두, 더 일찍 마무리해야지. 잘 모았다가 연말에 북바인딩하면? 너무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