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온 Jul 06. 2020

17/52 근황 일기

그림과 함께 52주 프로젝트


한동안 일기를 게을리  자의 반성문. 근래에는 일도 많았다. 이직한 이래로 나름 회사 적응한다고 바쁘기도 했고. 좋은 점이 있었던 것은 한동안  우울했다는 점이다. 어쩜 우울할 땐 글도 그렇게  써지는지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일기가 온통 우울감에 젖어 있는 걸까.라고 주절주절 거려도 결국에는 게으른 나에 대한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매일 같이 두 시간씩 지옥철 타고 출퇴근하면 집에 와서는 녹초가 되는 게 일상이고, 건강을 위해 러닝을 하자는 포부도 더워지면서 주춤거리게 되었다. (사실 9월에 마라톤 신청해놨는데 이게 오픈할지도 사실  모르겠다.) 새벽에는  앞에 공사 소리 때문에 알람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잠에서 깨버렸다. 여름이 가까워오니까 모든 의욕도 녹아 없어져버렸다.

-

겨울이 되면 여름이 어찌나 그리웠던지. 시원한 빗소리, 맑고 푸른 하늘과 보기만 해도  시릴 만큼 하얀 구름들, 네모나게 잘라서 먹는  많은 수박 같이 여름날 환상을 품은 그런 것들 말이다. 물론 전부 환상일 뿐. 대한민국 여름에 그런 걸 바라는 것은 사치인 것을. 에어프라이어 같은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가 장마가 오고, 찜통더위가 슬금슬금 다가오는 중이다. 한층 습해진 공기, 살갗에 진득하니 달라붙는 불쾌감에 정신을  차리고 있다. 더워지니 기력도 없어지도 우울함도 다시 같이 오는 . 추울 때 우울하면 그나마 이불로 스스로를 김밥말이 해서 위로할  있는 공간이라도 만들어주는 건데 덥고 습할 때 우울하면 짜증만 늘어가고 이걸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서랍 속에 처박아 두었던 노이로민을 다시 꺼냈다. 의사 처방 없이도   있는 약이라던데 먹고 나면 그나마    있다. 그래도 일어나면  끝까지 늘어난 다크서클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어보지만. 출근해서도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 없다. (출근하는 거라 그런가?) 그래서 오후에는 회사 건물 어디 구석에 짱 박혀서 15 정도 졸고 있는 게 일상이 되었다. 안 그래도 더위도 많이 타는 사람이 우울증 보까지 맞으니 올여름 정신 놓고 살겠구나 싶어서 요즘 바짝 긴장하는 중이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할  스스로를 놓아버리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자주 우울해지는데 이게  그럴까 싶기도 하고. 이쯤 되면  세계적으로 2020년을 새로고침 해야  판이다. (F5 눌러주세요.)

-

그래도 8월에 바다 가기로 약속도 했고,  서핑 배우러 강원도 가려고 친구와 이야기하고 있는 . 갇혀 살고 있었더니  우울해지는  같다.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이런저런 요소들이 많지만 나를 보살펴  사람은  밖에 없기 때문에 힘내는 걸로. 우울할 때는 글을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두서없이  써 내려가다 보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다. 다시 일기 꼬박꼬박  쓰기.

작가의 이전글 16/52 HBD to m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