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uabba Mar 08. 2022

왜 유니클로는 잡지를 만들까?

패션포스트 54호 (2021.04.26) / 구아정의 브랜드 이야기

*본 칼럼은 패션 전문 비즈니스 미디어 '패션포스트'에 기고한 글로 출처를 밝힌 후 공유 부탁 드립니다.
*출처 : 패션포스트 http://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fsp43&wr_id=9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들르지 않았던 쇼핑몰을 오랜만에 다녀왔다. 온라인으로만 접했던 브랜드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나니 새삼 반가웠다. 온라인과는 달리, 쇼핑몰을 다니면 사람들이 무엇에 가장 관심 있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좋다. 직접 보고 만지며, 실감 나는 쇼핑도 당연히 더 좋다.  


한동안 보지 않았던 유니클로 매장 앞을 지나갔다. 그간 유니클로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나에게 여전히 가장 편하고 기본이 되어주는 옷이기도 하다. 이날도 구매보다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유니클로의 잡지였다.  



유니클로 매거진 ‘LifeWear’


쉴 때에도 매장을 돌아다니며 브랜드별 카탈로그나 브로슈어를 수집하는 버릇이 있다. 유니클로의 잡지도 어김없이 집어 들었다.  


특히 유니클로에서 만드는 인쇄물은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좋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고, 참고하기에도 좋다. 이번에 만난 인쇄물은 단순한 카탈로그가 아닌, 유니클로의 매거진 ‘LifeWear(라이프웨어)’였다. 


패션 브랜드의 매거진이라면 으레 신제품이나 협업에 대한 소식, 모델 인터뷰, 광고 비하인드 스토리 등 다소 뻔한 내용들이다. 자사 SNS 콘텐츠를 지면으로 한 번 더 담아낸다. 


하지만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는 달랐다.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건축가 ‘안도타타다오’의 인터뷰,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현재 루브르 박물관과 유니클로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그렇다고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이 그려진 제품이 주된 내용이 아니었다. 루브르 박물관 자체에 대한 내용이었다. 브랜드이기 때문에 자사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협업을 진행한 ‘하나 타지마’, ‘질 샌더’의 인터뷰도 놓치지 않는다. 도심지부터 사막까지, 일상에서 아웃도어까지, 유니클로 스타일도 사진으로 담아냈다. 



<유니클로 매거진>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 매거진은 1년에 두 번 발행한다. 이번 호는 4번째로 주제는 ‘Find Your Health’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일상에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이 주제는 유니클로의 2021 봄여름 컬렉션과 같이한다. ‘라이프웨어’라는 브랜드의 주제를 매거진의 이름으로, 컬렉션의 주제를 매호마다 같이 하며 매거진 또한 유니클로가 ‘라이프웨어’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함께하고 있다. 



“라이프웨어는 모두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탄생한 옷입니다. 
심플함, 퀄리티, 내구성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미의식과 사려 깊은 디테일 갖추며 당신의 생활에 맞춰 더 가볍고, 더 편안하고, 더 나은 디자인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옷입니다.”
(유니클로 공식 홈페이지 발췌) 



유니클로의 슬로건은 ‘라이프웨어’다. 우리 삶에 가장 필요한 옷, 지금 생활에 가장 맞는 옷을 제안하는 것이 유니클로가 꾸준하게 지켜온 컨셉이자 철학이다. 그래서 유니클로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그리고 임산부도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안하고, 일상에서부터 아웃도어까지도 가능한 옷을 만든다.  


가장 기본이 되는 옷을 만들기도 하지만 유명 디자이너나 캐릭터와의 협업을 통해 일상에 재미를 주기도 한다. 유니클로는 그렇게 ‘모두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옷’을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의 생각을 잡지로 가져오면서 유니클로는 어떤 내용을 담으려 했을까? 이미 옷에 대한 이야기는 홈페이지나 매장, 광고 등에서 하고 있다. 굳이 또 잡지의 형태를 빌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유니클로도 아마 같은 생각이었을 듯하다.  


제품을 보여주기보다 ‘라이프웨어’에 대한 유니클로의 생각을 풀었다. 소설가, 건축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사람들과 삶의 방식을 통해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를 간접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시리즈 매거진>



시리즈의 ‘시리즈 매거진’


코오롱FnC의 남성 편집숍 브랜드인 ‘시리즈’ 역시 잡지를 만든다. 브랜드명과 동일한 ‘시리즈 매거진’으로 1년에 두 번 발간한다. 시리즈 역시 옷이나 모델 등 제품 대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 ‘시리즈 매거진’은 현재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할 주제를 선정한다. 


‘장인, 메이드 인 코리아, 마켓, 아침밥, 나의 정원’ 등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론칭부터 꾸준히 발행해온 ‘시리즈 매거진’은 최근 호에는 ‘수선’이 주제이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이야기로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소재를 ‘수선’이란 단어로 바꾸었다.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수선 가능한 물건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수선하는 브랜드를 소개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리즈만의 시선을 담아낸다.  


시리즈는 ‘시리즈 매거진’을 통해 시대 철학과 문화, 아날로그 감성을 재해석한 가치를 전달한다고 한다(공식 홈페이지 발췌).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편집’하는 시리즈는 매거진을 통해 공통된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시리즈’ 자체가 브랜드와 제품의 편집이라면 ‘시리즈 매거진’은 시리즈 고유의 철학과 감성의 편집인 셈이다. 



브랜드, 왜 하필 ‘잡지’일까?


하는 일이 브랜드를 기획하거나 스토리를 쓰다 보니 홈페이지 내의 ‘브랜드 스토리’를 유심히 보는 편이다. 하지만 소비자라면 어떨까? 홈페이지에 올라간 스토리를 읽는 사람은 자사 또는 경쟁사, 혹은 나 같은 기획자일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가 직접 홈페이지까지 찾아가 이야기를 세세하게 읽어보진 않는다. 이야기는 소비자가 보는 곳에 꽂아줘야 한다. 브랜드 이야기는 콘텐츠이기도 하지만 미디어 역할까지도 해야 한다. 


브랜드 이야기의 요소를 크게 ‘Verbal’과 ‘Visual’로 나누기도 한다. ‘Verbal(버벌)’은 활자로 표현하는 것을, ‘Vis ual(비주얼)’은 이미지, 영상 등의 시각적 요소를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요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잡지의 형태이다. 기존 잡지에도 브랜드 이야기를 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온전히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기에는 지면이 부족하고, 자사보다는 해당 잡지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면 우리가 원하는 바를 우리의 방식대로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잡지는 브랜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유용한 매체가 된다. 특히 지금은 미용실에서 읽던 심심풀이가 아닌 ‘트렌드 민감도’를 보여주는 도구로 소비되고 있다.  


어떤 잡지를 읽는지에 따라 나의 관심사와 취향, 트렌드 등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스타그래머블’하면서도, ‘있어빌리티’한 도구이다. 종이 잡지가 사장 사업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트렌드를 이끌고 문화를 읽는 것으로는 잡지만 한 것도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잡지를 만드는 것이 비단 패션 브랜드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거래 서비스인 직방도 미디어 커머스인 블랭크코퍼레이션에서도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사만의 감성과 관점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에 의의를 둔다. 



브랜드 잡지라면 ‘잡지’답게 


잡지는 대개 하나의 주제 아래 다방면의 사람들이나 분야에 대해 조명한다. 독자들은 미처 알지 못했던 것, 알고 있던 것이라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잡지를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그렇다면 브랜드 잡지에서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 ‘브랜드’에 중점을 두기 쉽다. 특히 제품에 대한 이야기로 채우게 되는데 이는 카탈로그지, ‘잡지’라 할 수 없다. 브랜드 잡지에서 중요한 것은 ‘잡지’라는 형태이다.  


즉 브랜드가 아닌 잡지가 중심인 것이고, 그렇다면 기존 잡지의 문법을 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가 ‘잡지’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만든 것인데 일방적으로 우리 이야기만 할 것이라면 굳이 잡지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한 브랜드 잡지에서의 화자는 브랜드 자신이 되기보다는 제삼자가 되어야 한다. 저명한 건축가, 예술가, 작가 등의 사람들이 브랜드 잡지에 노출이 되고, 그들은 자신만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생각을 말한다.  


브랜드라는 큰 틀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시선은 곧 브랜드의 생각과 같이하게 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자사의 감성과 생각을 읽고,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이 비대면인 시대에 브랜드의 감성을 함께 하기는 쉽지 않다. 브랜드의 이야기는 소비자와 함께 쌓아가며 완성되는 것이다. 비대면 시대에 어쩌면 잡지라는 매개체는 가장 완벽한 ‘교감’의 도구일 것이다. 

 

잡지는 글과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브랜드가 아닌 읽는 사람이 주체가 된다. 고객 스스로가 종이를 넘기며 브랜드의 생각을 찬찬히 살펴본다.  


특히 브랜드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주제라 독자는 더욱 흥미롭게 읽어 나간다.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소개할 필요도 없다. 이미 잡지 내의 많은 지면에서 자사 제품이 노출되고 있다.  


독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넘겨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보고 제품을 자발적으로 찾게 된다. 브랜드에 동화가 된 이들은 브랜드에서 제시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잡지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브랜드의 생각을 교류하며 쌓아가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점을, 시선을, 생각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그런 점에서 잡지는 매우 탁월한 매개체이다.  


우리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브랜드 스스로에 대해서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잡지를 만든다는 것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잡지의 주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듬게 된다.  


브랜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소비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고민하다 보면 그들의 문화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잡지는 소비자가 흥미를 느끼며 본다. 글을 통해 브랜드의 생각을 읽고, 이미지를 통해 브랜드의 감성에 공감한다. 


꼭 잡지가 아니어도 된다. 브랜드의 이야기에는 제품이 아닌 브랜드의 생각과 감성을 담아내자. 그래야만 소비자 흥미를 가지며 보고,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이야기를 하지 말고, 브랜드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되어 사람들 사이에서 흐르도록 하자. 이야기는 원래 구전될 때 가장 흥미로운 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랜드 컨셉은 ‘크리에이티브’가 아닙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