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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채원 Jan 11. 2017

피아노 선율이 그려내는 이야기

이루마 콘서트 'Picture Me' – 나를 돌아본 시간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된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가 남긴 말이다. 이루마의 연주를 이어폰을 통해서가 아닌 내 눈과 귀로 직접 감상하고 나니 모차르트의 명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Picture Me’라는 공연 주제대로, 그는 관객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 선물은 혀끝에서 나오는 말이 아닌 손끝으로 연주하는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전달되었다.

  이루마는 그 자신을 ‘대중음악가’로 정의한다. 나는 그를 ‘대중소통가’라 칭하고 싶다. 그는 피아니스트지만 화가이기도 하고,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음악은 귀로 들려오지만, 하나의 이미지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피아노라는 악기 하나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가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 하나하나는 마치 그림을 그리듯 이미지를 창조해 낸다. 그의 음악은 귀를 통해 들리는 소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조차도 잊고 있었던 ‘기억’이라는 사진 한 장을 눈 앞에 펼쳐 보인다. 마음 한 구석에 꽁꽁 눌러 두었던 추억들이 솟아오른다.

  그의 음악은 한 편의 그림 같다. 그는 곡을 쓸 때마다 주변 환경이나 상황 속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숲에서 나무가 춤추듯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Dance’를 썼고, 어느 날 캄캄한 밤하늘을 바라보다 내일이 다시는 시작되지 않을 것만 같은 먹먹한 느낌에 ‘Indigo’를 작곡했다. 그리고 빙부의 별세를 애도하며 자신과 가족들의 슬픔을 담아 써 내려간 곡이 ‘Lamentation’이다. 이루마의 음악들은 각각의 곡의 주제와 멜로디가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봄의 따스함을 담은 ‘Maybe’를 듣다 보면 정말 5월의 푸르름이 느껴지고, 지금의 이루마를 만든 명곡 ‘Kiss the rain’은 비 내리는 창가에 기대어(혹은 비를 맞으며) 사랑하는 이를 기다는 어느 누군가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그의 작품들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이렇듯 곡마다 담겨 있는 스토리가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루마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는 어린아이들을 위해서 연주하고,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 고독해하는 사람들,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건반 위에 손을 얹는다. 그의 음악에는 어느 누구 하나 소외된 사람이 없다. 내 생각을 읽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유수의 뉴에이지 아티스트들이 있지만, 이루만큼 ‘나’라는 사람의 마음을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는 피아니스트는 없다. 이것이 그의 연주가 우리나라를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번역이 필요 없는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모든 이들의 고독과 상처를 어루만져준다.

  그의 음악에는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있다. ‘시간은 회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는 늘 과거를 추억하고 현재를 기억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누구나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유, 그리고 그 치열함 속에서 성공을 위해 아등바하는 것 모두, 죽음 이후에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머물러 살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인 몸부림이 아닐까. 이루마의 음악은 그 외로운 여정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따뜻함을 잃지 않기를, 잔잔한 어조로 말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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