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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채원 Jan 23. 2017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트렌드 코리아 2017 키워드 ‘욜로(YOLO)’ – 오늘을 사는 사람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온 키팅 선생의 대사로 유명한 '카르페디엠(Carpe diem)'. 흔히 ‘오늘을 즐겨라’,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으로 통용되는 이 말은 원래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현재를 잡아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열아홉스무 살이던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았을 정도로 젊은이들의 가치관 형성 영향을 끼친 이 말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딤과 동시에 환상처럼 깨져버린다. 어렸을 적 꿈꿨던 ‘오늘의 행복’이 얼마나 큰 사치였는지 몸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어느 청춘의 기억 저편으로 잊혀져 가던 카르페디엠이 최근 '욜로(YOLO)'로 부활했다. ‘한번 사는 인생(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인 욜로는 한번뿐인 인생을 위해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하는 말로, 2016년에 이어 2017년을 대표할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먹을 거 입을 거 줄여가며 아무리 열심히 모아도 통장 잔고는 그대로에 평생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집 한 채 장만하기도 힘든 현실에서, 더 이상 불확실한 미래를 기대하기 여행이나 고가의 취미 등 자신의 현재 삶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SNS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콘텐츠의 대부분이 여행과 관련된 글, 사진, 영상들이다. 거기에 여행을 테마로 한 TV 프로그램과 다양한 여서적들까지. 휴학을 하거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적금을 깨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셋집에 살면서도 인테리어만큼은 내가 원하는 대로 꾸미고, 박봉이지만 취미생활을 위해 기백만원짜리 자전거를 구입하기도 한다. 이렇게 지극히 현실지향적인 소비를 하는 욜로족을 두고 누군가는 ‘충동구매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것 아니냐’, ‘앞으로 닥칠 경제적인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라며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아끼고 저축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기성세대로서는 특히나 이해하기 힘든 가치관일지도 모른다.

 

  사실 욜로가 추구하는 근본적인 가치는 ‘행복’이다. 욜로 라이프는 대책없이 하루하루 살겠다는 충동적인 몸부림이 아닌, 오늘의 행복이 곧 내일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철학 아래 일상을 가치있게 만들자는 작은 실천이다. 소소하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 당장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또한 욜로의 메시지다. 시간을 저금하라 재촉하던 모모의 회색신사들처럼 자신의 현재 행복을 유보하며, 마치 적금같이 미래에 한몫의 행복을 일시불로 받을 수 있으리라 믿기에는 이제 그 이율이 너무 낮다.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 자신의 꿈과 욕망을 참고 살아온 기성세대는 과연 진심으로 행복지 묻고 싶다. 자신의 시간을 희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고 있는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준만큼 걱정없는 노년을 보내고 있는지 말이다. 죽음을 앞두고 지나간 시간들을 돌이켜 봤을 때 진정으로 행복했던 인생이었다고 말하기가 머뭇거려진다면, ‘나’는 과연 온전한 ‘나’로서 내 삶을 살았던 것일까.


  돈조차도 1년이 다르게 값어치가 달라지는데 하물며 행복의 가치는 말할 것도 없다. 더군다나 인간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고 그날이 몇십년 후일수도,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에는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크다. 물론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가족을 위해 혹은 미래를 위해 아끼고 저축하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 또한 존중받아야 할 가치관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삶을 선택하든 현재의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한번쯤 그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삶이란 '지금 이 순간', ‘당신 스스로’가 행복해야 한다. 오늘을 살고, 내일을 두려워하지 마라. 어디로든, 길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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