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回:Walpurgis Night
여자친구는 아이돌 중에서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던 그룹이었을 것이다. kpop 역사에 남을 학교 3부작 콘셉트와 이어진 나빌레라의 성공으로 굳건한 기반을 쌓았지만, 그 확고한 인상으로 인해 이들의 변화와 대담했던 새로운 시도들은 과소평가받거나 외면당했다.
그렇기에 내가 이 앨범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개별곡의 퀄리티도 훌륭하지만 여자친구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 가장 극단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 다만 그 안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는지 교차로 같은 트랙처럼 기존의 스타일을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못한 흔적이 남아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우직하게 밀어붙이지 못한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차기작에서 더 풀어갈 여지가 남아있어 이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게 만들었기에 납득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와중 몇 달 전에 갑작스럽게 해체를 해버려서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만한 그룹이 제대로 된 굿바이 콘서트조차 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건 팬들은 물론, 아직 이들을 보지 못한 리스너들에게도 큰 손해다. 여자친구의 음악은 여전히 우리의 곁에 남아있을 테지만, 그 여정이 무수한 가능성을 내포한 교차로에서 멈춘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씁쓸함이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