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열심히 글을 쓰다가 과감하게 발행을 포기하고 저장시켜 버렸다. 첫 시작은 좋았는데 쓰다 보니 삼천포로 가는 느낌이랄까. 어어, 쓰려는 글이 이게 아닌데, 뭔가 다른 영혼에 이끌려 불가항력적으로 글이 막 싸질러지는 느낌이랄까. 손은 열심히 뭔가를 치고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랄까. 아, 그러니까 6살 때 시장통에서 길을 잃은 그 심정과 비슷한 것 같다.
그런 느낌이 올 때는 글을 쓴 시간이 아깝지만 스스로 버려야 한다. 독자가 냉정하게 평가해 주기도 하겠지만, 자기 검열도 통과 못한 글이 어찌 독자 눈을 통과하겠는가. 물론 별 기대 없이 썼던 글들이 다음페이지며 카카오에 게재되어 수만 히트를 기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글 또한 적어도 자기 검열은 통과한 글들이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을 뿐.
오늘도 그렇게 글 하나를 날리고 나는 넋두리를 한다. 오늘은 그런 날인가 보다.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기분이 나쁘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오늘 그랬다고 기록을 남기고 싶을 뿐. 진짜다. 그것뿐이다.
2020. 5. 31. 내일이면 이제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