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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코치 Jun 05. 2020

음악 감상

그때는 몰랐지

음악 감상이 취미라고 하는 사람을 참 다르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 나이 마흔이 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클래식 음악이나 뉴에이지 음악같이 대중가요와는 결이 다른 음악을 듣는다는 건 인생에 흔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런데 요즘 일상은 많이 달라졌다.




사람이 변했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고, 사람이 확장됐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다. 성장했다고 표현하면 어떨까. 좀 더 어른이 되었다는 표현. 마음이 깊거나 넓어졌다는 표현. 너그러워지거나 친절해졌다거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표현도 괜찮을 것 같다. 그 무엇이 되었든 음악을 좀 더 이해하고 가까이한다는 느낌이면 만족스럽다.


마음의 주파수가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힘들다고 할까, 우울하다고 할까, 힘이 없다고 할까, 너무 요란하게 박동 친다고 할까, 바람 같다고 할까, 파도 같다고 할까, 장마 같다고 할까. 그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할 때 문득 음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플레이어를 켰다.


잔잔한 음악들이 마음을 단정히 해주고 아픔을 씻어주는 것 같았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쓰다듬어주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은 붉어지고 곧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마음속 응어리진 무언가를 알았다고 알겠다며 풀어주는 것만 같았다.


휘몰아치는 역동적인 음악도 괜찮았다. 고뇌와 절망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나도 그랬는데 너도 그랬구나 이야기 나누는 것 같았다.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었다. 용맹스럽게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었고 힘내라고 다독여주었다. 몇 백 년 전 그 음악의 주파수가 현대의 나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이심전심의 짜릿한 느낌이었다.




어른이 되는 것일까. 그때는 몰랐던 음악의 느낌을 조금씩 알아간다. 너무나 조용하고 밋밋해서 잠이 올 것 같은 그 음악이 이제는 참으로 좋다. 그렇게 함께 눈이 감기면 너무나 좋다. 그렇게 하라고 나에게 들려주는 음악 아니었던가. 함께 가슴 뛰고 함께 사색하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음악을 조금씩 알아 간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음악도 함께 깊어져 간다.


2020.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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