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코치
"해피 뉴 이어! 새해가 밝았습니다!" TV에서는 희망을 노래했으나, 고2 생활을 마무리하며 예비고 3이 되던 나는 참으로 막막했다. 나에게 드리워진 어두운 현실. 잠잤던 지난날은 좋았으나, 눈을 뜬 현실은 수학 30점이었다. 대학을 가고자 이리저리 둘러보니, 내 점수로는 서울에서도 멀고 먼 남쪽으로 짐을 싸야 할 처지가 되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었다고 하는데.. 나는 어떻게 이 험난한 도전을 헤쳐나가야 할까.
수학이 언제부터 나와 친하지 않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일까, 고등학교 때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수학에서 결코 1등급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수학은 오로지 극복할 대상이지 마냥 피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닌 것이다.
똑똑똑. 공부코치님의 방문을 노크했다. 새해를 맞아 덕담을 건네주는 그의 말이 오늘따라 무겁게만 들린다.
"무슨 걱정이 있느냐? 평소의 희진이 답지 않구나."
"음... 고2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고3이 된다 생각하니... 흠. 그리 좋지만도 않네요. 특히나 수학은 어떻게 해야 할지... 울고 싶습니다."
"수학? 너의 수학이 어떻단 말이지?"
"코치님도 잘 아시잖아요. 제 수학 점수는 정말 엉망이죠. 국어, 영어, 탐구 과목과 비교해봐도 너무 떨어져 있지 않나요?"
"음~ 희진이 수학이 몇 점이더라? 30점대였던가? 수학 30점이 그리 나쁜 점수는 아닐 텐데?"
"나쁜 점수가 아니라고요? 아무리 절 위해 주신 다지만, 그건 좀 아니네요. 수학 30점이 어떻게 나쁜 점수가 아닐 수 있어요..."
"물론 좋은 점수는 아니지. 그렇다고 실망할 점수도 아니라는 뜻이란다."
나는 참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수학 30점을 나쁘지 않은 점수라고 말하는 코치님의 진심은 무엇일까. 나는 정말 심각한데, 코치님은 단지 나를 위로하려 하시는 걸까. 그렇다고 코치님이 마냥 위로만 해주실 분은 아니다. 나와 함께 한 시간이 벌써 1년. 그동안 대충 넘어가던 코치님이 아니었다.
"다음의 표를 한번 보도록 하자."
"수학 30점이 시험을 잘 본 점수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못 본 점수도 아니란다. 너도 아는 것처럼 수능시험에서는 표준점수와 백분위만 표기될 뿐, 원점수는 표기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추정을 할 뿐이지만, 대략적으로 등급을 나누는 원점수 컷이 표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지금은 수능에서 수학이라고 부르는 과목을 2012년에는 수리라고 불렀단다. 수리 가는 이과 학생들이, 수리 나는 문과 학생들이 주로 응시를 했는데, 희진이도 문과이니 당시에 수능을 봤다면, 수리 나를 응시했겠지? 우리는 항상 5등급을 주목할 필요가 있지. 왜냐하면 5등급이 4년제 대학을 갈 수 있는 커트라인이기 때문이야. 그다음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 3등급이지. 수능에서 평균 3등급은 인서울을 의미한단다. 자, 다시 수학 30점으로 돌아가 보자. 2012년과 2013년 수능에서 수학 5등급의 커트라인이 몇 점이지?"
5등급이라고 쓰여있는 줄을 따라 점수들을 읽어갔다. 2012년 수능에서 국어는 61점, 수리 가는 52점, 내가 응시할 수리 나는 33점, 영어는 59점... 33점?!
"수학에서 33점만 받으면 5등급, 73점을 받으면 3등급이 되는 거예요?!"
놀란 눈으로 물어보는 나를 바라보며 코치님은 약간의 웃음을 띄며 말씀을 하신다.
"그렇지. 문과생인 희진이에게 수학은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그만큼 낮은 점수로도 등급을 받기는 수월한 과목이 수학이란다. 그러니, 지금 희진이 수학이 30점이라고 해서 그렇게 풀 죽어 있을 이유가 없단다. 조금만 노력하면 5등급, 좀 더 노력하면 3등급까지 올라갈 여지가 있는 과목이 수학이라는 거지."
오늘도 어김없이 코치님은 나에게 희망을 보여줬다. 언제나 그랬지만, 오늘은 코치님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의 어깨가 더욱 무거웠던 하루였다.
"코치님, 그럼 저 어떻게 하면 3등급까지 수학 점수를 올릴 수 있을까요? 수능 특강을 풀까요? 수학의 정석을 풀까요? 이번 겨울방학에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희진이가 생각할 때, 수학 공부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니?"
수학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수학 공부는 개념이해-공식암기-문제풀이 순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배웠다. 수학을 못하는 학생일수록 공식암기-문제풀이-개념이해 순으로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나는 여전히 나의 개념이해 수준을 자신할 수 없었다. 물론 공식암기도 아직은 미완성 상태일 것이다.
"개념이해와 공식암기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저의 개념이해 수준을 자신할 순 없네요."
"그렇지. 그렇다면 이번 겨울방학에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도 감이 오겠구나."
"네, 우선은 개념이해를 튼튼히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 그렇다면 개념이해를 위해 어떤 교재를 사용하면 좋겠니?"
"개념이해를 해야 하니 교과서나 수학의 ** 같은 개념서가 좋겠지요?"
"그렇단다. 희진이가 잘 말해주었구나. 다만 수학의 **은 희진이에게 내용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수학의 **과 더불어 수학의 ***도 서점에 함께 살펴보도록 하렴. 교재는 항상 자신과의 궁합이 중요하단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너에게 알맞은 교재인지를 제대로 살펴보는 것이 공부의 첫걸음임을 잊지 말거라."
"네! 코치님. 그럼 지금 바로 서점을 가봐야겠죠?"
최종적으로 수학의 ***이 나와 더 맞는 것 같아 구입을 했다. 수학2, 미적분1, 확률과 통계 등 세 권의 책을 산 나는 겨울방학 8주 동안 어떻게 공부를 할지 계획 세우기에 돌입했다. 코치님께 배운 계획 세우는 법칙 중 하나는 <절대로 1권의 책을 1회독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1권의 책을 3번은 봐야 내용이 내 것으로 된다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겨울방학 동안 3권을 책을 어떻게 3 회독해야 할까? 고2 초반 코치님이 계획과 관련하여 말씀해주신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희진아, 시험 때까지 45일이 남았는데, 이 문제집을 3번 보고 싶다면 공부 계획을 어떻게 세우면 될까?"
"45일이 남았는데, 3번을 봐야 하니까... 음. 15일씩 공부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 희진이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단다. 자, 생각을 해보자. 같은 문제집을 3번을 본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은 시간이 드는 시점은 언제일까? 처음 볼 때일까, 세 번째 볼 때일까? 혹은 두 번째 볼 때일까?"
"아무래도 1회독할 때 처음 보는 내용들이니 제일 힘들지 않을까요?"
"그렇지, 희진아. 그렇다면 희진이가 좀 전에 말했던 대로 1회독부터 3회독까지 똑같이 15일씩 공부하는 것이 적당한 시간계획일까?"
"아~ 그렇다면, 1회독 때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해야겠네요?"
"정확하단다. 1회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3회독이 원활히 공부가 되는 것이지. 그렇다면 45일이 남았을 때 우리는 1회독을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는 게 적당할까?"
"그럼, 1회독에 20일? 25일? 아... 이 문제는 생각보다 어려운걸요. 1회독에 며칠을 투자하는 게 가장 적당한 시간일까요, 코치님?"
"생각보다 어렵지? 그래도 한번 깨우치고 나면 다음부터는 잘 활용할 수 있을 테니, 오늘 잘 배워보렴. 45일이라는 시간이 있는데 3회독을 해야 한다면 1회독에 26일, 2회독에 13일, 3회독에 6일을 투자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구나."
"그렇다면 1회독을 할 때 전체 공부 일수에서 50%가 넘는 시간을 배정하는 것이군요."
작년의 생각을 더듬으며 이번 겨울방학 공부계획에 돌입했다. 나에게 8주의 시간이 있고 총 3권을 공부해야 했다. 나는 수학2와 미적분1에 3주씩 배정을 하고 두 권의 책보다 약간 쉽게 느껴지는 확률과 통계에 2주를 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1권의 책을 총 3번을 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수학2를 첫 번째 목표로 잡았다. 수학2에 총 3주(21일)을 투자하기로 했으니, 1회독에 12일, 2회독에 6일, 3회독 3일을 배정했다. 수학의 ***의 수학2 목차를 보면 총 12개의 소단원이 있으니, 1회독을 할 때 하루에 소단원 하나를 끝내며 된다. 이렇게 나의 겨울방학 수학 공부는 시작되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462899
글쓴이 윤태황은 <잠들어 있는 공부 능력을 깨워라>, <고3 수능 100점 올리기>의 저자이며, 에듀플렉스 교육개발연구소 연구위원, 유웨이중앙교육 입시컨설턴트, 공덕초등학교 운영위원, 한국코치협회 평생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